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反플라스틱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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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 미국 상류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당구가 위기를 맞았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개체 수가 급감하자 상아를 재료로 한 당구공이 품귀 현상을 빚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 당구공 제조업자들은 고심 끝에 1만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새로운 당구공 재료를 찾았다. 미국의 인쇄업자 존 웨슬리 하이엇은 1868년 공모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 끝에 니트로셀룰로오스와 장뇌라는 물질을 섞으면 단단한 물질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오스’는 이렇게 탄생했다.다만 셀룰로오스는 이따금 폭발의 위험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고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를 연 것은 벨기에 출신의 미국인 발명가 레오 베이클랜드였다. 그는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해 최초로 합성수지 플라스틱을 만들어 1909년 특허를 냈다.


생활 속으로 파고들던 플라스틱은 1938년 뉴욕박람회를 통해 일대 변혁을 맞았다. 박람회에서 듀폰사가 ‘공기와 석탄과 물에서 만들어내며 강철보다 강하다’며 공개한 제품, 즉 ‘나일론’이라는 합성섬유의 등장이다. 불과 15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화학합성 물질이 ‘조물주가 빠뜨린 유일한 창조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인류 소비의 역사를 지배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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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플라스틱이 뭇매를 맞고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생산된 83억톤의 플라스틱 가운데 75%인 63억톤이 쓰레기 형태로 배출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반(反)플라스틱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 유엔환경계획(UNEP)도 올해 주제를 ‘플라스틱 오염 퇴치’로 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영국 남부의 소도시 케인샴에서 시작된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라는 소비자 캠페인이 눈길을 끈다. 이 캠페인은 슈퍼마켓에서 산 물품의 포장재를 그 자리에서 버리고 가자는 운동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도록 제조업체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캠페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내에 전해지며 서울 마포의 한 대형 할인점 앞에서도 이 같은 취지의 행사가 열렸다. 거창한 구호 대신 쉽고 단순한 소비자 행동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운동이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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