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세종600년, 과학기술 DNA 깨우자]"국가R&D 지원 '보텀업' 방식 전환하면 科技,야생화처럼 꽃피울 것"

■ 이공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정부 필요따라 선별지원 말고

기술융합클러스터 육성 필요

연구현장 수직적문화 고착화

불통 낳고 창의연구 가로막아

이공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노베이션경영프로그램 교수이공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노베이션경영프로그램 교수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금처럼 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나눠주고 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스스로 주제를 제시하고 수행하는 상향식(보텀업)으로 갈 때 비로소 야생화처럼 여기저기 꽃을 피우며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도 이제는 부가가치를 만드는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이공래(65·사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노베이션경영프로그램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구 현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하고 창업이나 기술이전에 가속도를 붙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영국 서섹스대 과학기술정책 박사 출신인 그는 30년 가까이 산업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DGIST로 옮겼다.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복합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가 R&D 예산을 정부의 필요에 따라 지나치게 선별 지원해 창조적인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기술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인공지능(AI)과 같은 특정 분야를 선별해 씨를 뿌리면 나머지는 싹을 틔우기 힘든데다 지원받은 분야도 따라갈 만하면 다른 게 또 튀어나와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과거에는 분야별로 프로젝트를 하면 됐지만 이제는 AI·로봇·드론·가상현실·핀테크 등이 어우러져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여서 ‘기술융합 클러스터’ 식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술융합 클러스터에 관해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STEPI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조속히 기술 간 거리가 가까운 기술군집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계에 권위주의적 계층문화가 고착화돼 토론과 융합연구가 부족하고 평가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현장이 수직문화가 심한 탓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연구만 이뤄질 뿐 융합연구가 안 된다”며 “석·박사나 박사 후 연구원(포닥) 논문에 무조건 교수 이름을 올리는 등 젊은 연구원이 윗사람 눈치를 봐야 하는 풍토에서는 창의성이 발휘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매년 평가를 받느라 1개월가량을 허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2년에 한 번씩 정밀하게 평가하면 창의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꾀할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

이 교수는 세종의 애민정신을 본받아 국가 R&D 자금으로 성장동력 확충은 물론 창업이나 기업 기술지원 등 기술사업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창업하는 과학기술 육성’을 얘기하지만 대학이나 출연연 현장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기술기반 창업 후에는 좌충우돌하기 마련이라 1년가량은 공대·경영대와 연계한 창업교육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의 R&D 부설 연구소가 수만개 있지만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기술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인력 양성과 세제·금융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