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환 여론독자부장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는 대성공하고 있지만 나중에 경제문제로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문재인 정부 1년,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온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통해 돈을 풀어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수요측면 개혁의 소득주도 성장, 공급측면 개혁의 혁신성장과 공정 경쟁의 3대 축을 ‘사람중심의 경제’ 소위 J노믹스라고 밝혀왔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시작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무원 대폭 증원, 최저임금 급속 인상 등 문 대통령은 사실상의 분배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 소득주도 정책에 온 힘을 쏟아왔다. 규제철폐 등을 다루는 혁신성장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그 결과 고용 상황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빈부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월 단위 취업자 증가 규모는 8년 만에 가장 적은 7만명대까지 추락했다. 최저임금 대상자가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일자리가 대량으로 줄고 있다. 주 54시간 이상 일하는 좋은 일자리는 급감하고 17시간 미만의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늘었다. 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해 분배 양극화도 15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자영업 매출은 1년 새 12%나 줄어들었다. “IMF 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최근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하면서도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대통령 직속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원장으로 임명했다. 경제실정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보다 안정적으로 강력하게 해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 왔던 세계 경제는 미국의 경제회복에 힘입어 점차 활기를 띠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양적완화를 졸업했고 일본도 검토 중이다. 때마침 문재인 정부도 이에 힘입어 출범 첫해에 수출 증가로 3%대의 성장률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급속한 금리상승 영향에 한미 금리역전으로 한국에서는 외자 이탈 움직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000억원어치가량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들어서는 외국인이 1조5,87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종합주가지수 2,300선이 붕괴되고 2,200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 지난주 제주 포럼에 참가한 노벨경제학상 수상 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주립대 교수는 “국가 간 보복관세가 맞물리면 관세율이 40%대까지 치솟고 이 경우 세계 교역량은 현재의 3분의2로 감소해 1950년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 수출의 25%가 중국에, 12%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미국에 파는 구조라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했고 3~6개월 후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소비자기대지수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100원대로 치솟았다.
산업적으로도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의 주력산업은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조선 해운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액정표시장치(LCD)도 세계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매년 발표하는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CIP지수(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는 중국이 2015년에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분배정책을 펴더라도 성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 IMF사태 이후 양극화가 심화됐지만 인위적으로 혁명하듯 한꺼번에 해치우면 반드시 반작용으로 경제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우리 경제계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간 친노동 환경으로 부담이 누적돼왔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에 힘을 몰아줄 때다. 시민단체를 설득해 규제철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아래쪽의 소득을 올려 균형을 잡기보다 대기업 노조를 설득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격파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