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고속버스 안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 당시 가해자를 제압하는데 도움을 준 용감한 시민들과 피해자를 도운 사람들에게 경찰이 감사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3일 하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동군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서 승객 A(21·여) 씨가 다른 승객 B(44) 씨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잠을 자던 승객 이상호(22·전남대 2학년 휴학) 씨는 “살려달라”는 고함에 잠에서 깼다. 이 씨는 A 씨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뺏으려고 애썼지만 흥분해 저항하는 A 씨를 제압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이 씨는 다른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다른 승객 한 명이 달려와 A 씨의 한쪽 팔을 잡았다. 뒤이어 버스를 세운 운전기사도 합세해 이 씨를 도왔다. 이 씨는 흉기를 쥔 A 씨 손가락을 하나씩 떼 흉기를 떨어트린 다음 A 씨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당시 이 씨 옷은 B 씨가 흘린 피로 뒤범벅이 된 상태였다. 이 씨는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대학교로 가던 길이었는데 불과 5∼10분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는 다치지 않았고 버스 좌석에 긁혀 약간 찰과상만 입었다”며 “피해자가 무사하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B씨를 구조하는데 도운 것은 이 씨뿐만이 아니었다. 사건 현장을 지나던 유순주(47·여) 씨는 버스 밖으로 피신한 B 씨를 발견했고 곧바로 뒷좌석에 태웠다. 유 씨는 “무작정 갔다가는 더 위험한 상황이 올까 봐 경찰에 신고해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피해자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 한순간 무섭기도 했지만 ‘아들도 하나 있고 살아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근처에 위치한 섬진강휴게소에 도착한 후 곧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휴게소 직원 일부도 경찰과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의식을 잃어가는 B 씨에게 계속 말을 걸거나 이불을 덮어주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를 제압하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선 이 씨와 피해자 구조에 도움을 준 유 씨와 일부 휴게소 직원에 대해 감사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버스에는 15명가량이 있었는데 이 씨 등 도움이 아니었다면 B 씨가 더 큰 화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며 “B 씨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는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가 5년 전부터 조울증 치료를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간 복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