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금호 자금난서 촉발된 예견된 참사…'기내식 대란' 장기화 하나

금호홀딩스 1,600억 투자 요구

LSG스카이셰프코리아 거부하자

게이트고메로 기내식 공급사 교체

공장 화재로 3개월 임시납품 필요

샤프드앤코와 단기계약 맺었지만

대량공급 노하우 부족 혼선 빚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3일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받은 1만원권 서비스 쿠폰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3일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받은 1만원권 서비스 쿠폰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근본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난과 경영 판단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태의 후유증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가 지난 2016년 당시 기내식 납품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1,600억원의 투자를 요구한 과정에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내식 대란 사흘째인 이날 오후1시 기준 아시아나 국제선 1편이 기내식 문제로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고 14편은 기내식이 없는 ‘노밀(no meal)’ 상태로 이륙했다. 사고 첫날인 1일 아시아나 전체 항공편 80편 중 51편이 지연 출발했고 2일에는 전체 75편 중 10편의 출발이 지연됐다. ‘노밀’ 운항은 1일 36편, 2일 28편에 달했다. 통계에 잡지 않는 1시간 미만 지연까지 감안하면 지연 규모는 더 넓어진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30∼50달러 상당의 쿠폰(TVC)을 지급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이날 뒤늦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빠른 시일 내에 기내식 서비스가 안정화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0415A13 아시아나기내식대란


이번 사고가 난 근본 원인은 아시아나의 납품업체에 대한 투자 요구다. 아시아나는 2003년 이후 줄곧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와 합작해 설립한 LSG스카이셰프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납품받았다. 그러던 중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을 겪는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이 업체에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라고 요구했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요구를 거부하고 이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하자 아시아나는 게이트고메코리아로 기내식 공급사를 바꾸기로 한다.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모회사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은 지난해 금호홀딩스가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BW를 1,600억원에 취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당시 금호홀딩스가 BW를 발행해 1,600억원을 조달한 이유에 대해 “그룹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금난이 심했다는 얘기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BW를 발행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산은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해 그 자금은 원래부터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에는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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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고메코리아는 이달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넣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3월 게이트코메코리아가 인천공항에 짓고 있던 공장에 불이 나면서 일이 꼬였다. 아시아나는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납품 준비가 완료되는 3개월간 기내식을 임시 공급할 회사가 필요했다. 이때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3개월이라도 납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시아나가 “게이트고메코리아의 하청업체로 등록해 납품하라”고 요구해 협상이 깨졌다. 그래서 찾은 3개월짜리 납품사가 샤프도앤코였고 이 회사가 납품하는 첫날인 1일 곧바로 사고가 났다.

항공업계는 이번 사고가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본다. 저비용항공사(LCC) 등과 거래하던 샤프도앤코는 원래 대량 공급 능력이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평소 납품 물량은 하루 3,000식 정도인데 아시아나항공의 성수기 수요는 하루 3만식에 이른다. 이 회사는 공장을 풀로 돌리고 외부에서도 납품을 받아 아시아나의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기내식을 만들어 운반·탑재하는 과정에서도 특수 수송 차량과 장비, 숙련된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데 이 회사는 경험과 능력이 부족했고 때마침 폭우까지 내려 기내식 탑재가 대거 지연됐다. 이런 상황에서 샤프도앤코가 조기에 정상 공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내식 생산에는 문제가 없고 운반과 포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사고가 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주 안에 기내식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대주주 일가가 공분을 일으킨 지금이야말로 아시아나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인데 이런 사고를 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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