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고액 자산가의 세금 부담을 확대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재정개혁특위는 권고안 목표 가운데 하나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자산 및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고액 자산가 세금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부자증세 방안으로는 △종합부동산세 정상화 △금융소득 종합과세 범위 확대 △주택임대소득세제 특례제도 정비(과세 기준액 인하) 등이 제시됐다.
부동산 보유자 과세를 강화는 이번 재정개혁특위 권고의 핵심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80%에서 연간 5%포인트씩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주택 기준 과세표준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액대별로 세율을 0.05∼0.5%포인트 올린다.
특위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 확대 효과에 비춰 봤을 때 세수 증가나 부동산 보유자 세 부담이 미약하다고 봤다. 그리고 이를 시장 왜곡 심화의 원인으로 꼽고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카드를 꺼냈다.
재정개혁특위는 약 34만6,000명이 권고안 영향을 받고, 약 1조1,000억원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다주택자는 시가 30억원 규모 주택의 종부세 부담이 최대 22.1%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돼 고가주택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득자 세금 부담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개인별로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해야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로 누진 과세하지만 권고안은 이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췄다. 재정개혁특위는 2016년 귀속 금융소득자에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종합과세 대상자가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상자 수를 고려할 때 영향력이 종부세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소득자 과세특례 축소 또는 종료를 검토하라는 권고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예시로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분리 과세하는 기본공제는 임대소득자를 위한 지나친 혜택이라고 재정개혁특위를 판단했다. 순수 전세로 환산하면 보증금 기준 12억3,000만원 수준까지 분리 과세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바탕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재정개혁특위의 부자증세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입법과정에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나 고액 금융소득자 등 자산가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당사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세제 변화가 부동산·건설 시장에 미칠 영향과 이로 인한 경기 변화 우려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임대 소득이나 금융소득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종합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간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종부세는 고액 주택을 보유했지만 고소득자는 아닌 경우도 있으므로 저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상자 수가 전체 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정면 증세 구상은 아니며, 재정 개혁 측면에서 증세를 논의했다면 지출에 관한 구상도 함께 나와야 하는데 큰 그림이 빠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