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다독다독(多讀多讀) 행복한 일터 만들어요] "머리 식힐 겸, 우리 책 한잔 할까요?"

<중>"독서, 회사 경쟁력과 직결"…책 권하는 CEO

독서 인구에 양극화의 그림자가 짙다. 우리 사회에 독서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속에서도 책 읽는 사람은 더 읽고 안 읽는 사람은 더 안 읽는 현상이 굳어지는 모습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인 독서율 59.9%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독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독서를 하는 시간은 성인의 경우 평일 23.4분, 주말 27.1분으로 2015년 평일 22.8분, 주말 25.3분보다 늘어났다. 독서를 하지 않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의 독서시간은 더욱 늘어나면서 독서 인구가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서 인구 양극화는 도서 판매에서도 뚜렷하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8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에 따르면 10회 이상 책을 구매한 회원의 숫자가 올해 상반기에 큰 폭으로 늘어나 책을 구입하는 독자는 더욱 많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10회 이상 책을 구입한 독자 신장률은 1.7%였으나 올해는 큰 폭으로 증가해 12.3%에 달한 것. 교보문고 측은 “오프라인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고객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기존 독자의 독서량과 구매량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독서 양극화 현상에 대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독서와 개인의 창의력과 경쟁력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독서인구 양극화는 개인 경쟁력 양극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독서 양극화는 기업의 책 안 읽는 풍토로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가 직장 내 독서환경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87.3%가 ‘직장에 독서실, 독서활동, 독서프로그램 등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독서시설은 물론 독서문화조차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기업의 수준이 저조한 셈이다.

하지만 독서경영이 기업경쟁력 강화로 직결된다는 점을 직시하고 직장 내 책 읽기 문화 확산에 힘 쓰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대성산업가스과 롯데백화점을 그중 본보기로 꼽을 만하다. 두 회사는 사내 독서 동아리, 독서토론회를 비롯해 우수 독후감을 선정해 시상하는 한편 유명 저자를 초청해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또 사내 도서관을 비롯해 도서를 추천하기도 하고, 도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 직원들이 사내 독서경영 프로그램에 참석해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대성산업가스 직원들이 사내 독서경영 프로그램에 참석해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대성산업가스


“틈틈이 읽으면 힐링·아이디어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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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10년, 1인당 94권 읽어

대성산업가스의 경우 2009년 7월부터 ‘독서경영’을 시행해 지난해까지 임직원들이 읽은 책은 4만1,750권(1인 당 94권), 교육투자비는 2억9,800만 원에 달한다. 대성산업가스 측은 “‘독서를 통한 지속적인 학습으로 소통과 창의력 증진’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즐겁게 학습’, ‘지식창출’, ‘보람찬 성과’를 통해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대성산업가스의 한 직원은 “도서 구입비를 비롯해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 눈치 보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업무 아이디어도 얻고, 짬을 내서 책을 읽는 시간은 머리를 식히는 이른바 ‘힐링 타임’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독서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인 혜민 스님 특강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롯데백화점 직원들이 독서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인 혜민 스님 특강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롯데백화점

유명저자 특강·북소믈리에 운영

“책으로 직원 서로가 가이드 러너”

롯데백화점 또한 기업 경쟁력과 직원 개인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직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 서점과 연계해 사내 도서학습 프로그램, 전자도서관, 북소믈리에 등 이색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측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할 것”이라며 “책을 통해 직원들 모두가 서로 배움으로 이끄는 ‘가이드 러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과 인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내 독서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강 국가브랜드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직장 내 독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독서는 기업 경쟁력과 기업가 정신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CEO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독서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독서 문화가 확산된다”고 말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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