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보따리상(代工·다이궁)’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소문과 위안화 약세 전망이라는 악재와 연거푸 만나며 면세점주가 4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전 거래일 대비 5,000원(1.39%) 내린 35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텔신라도 3,500원(3.14%) 하락한 10만8,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이들 종목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7.48%(신세계), 6.3%(호텔신라) 뚝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지난 2일 중국 정부가 탈세 등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이어지는 다이궁의 육상 경로에 대해 단속을 강화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을 찾은 다이궁들이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홍삼 등 제품을 쓸어담듯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이 면세점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아모레퍼시픽(-4.04%), LG생활건강(-0.52%) 등 대형 화장품주들도 다이궁 규제에 대한 소문의 여파로 약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최근 가치가 떨어진 위안화 약세에서 찾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면세점주 투자 결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요인은 다이궁 규제보다는 위안화 가치”라며 “중국의 소비 여력이 충분하다면 다이궁을 규제하더라도 면세점의 가격 매력은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겠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의 소비 여력을 약화해 수요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면세점주가 받는 피해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손 연구원은 “각 공항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날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위안화의 변동성 확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발언을 기점으로 위안화 절상 흐름이 다소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 우선 급한 불은 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날 외국인투자가들은 호텔신라(117억원), 신세계(112억원)를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