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노동자를 많이 대우해주고 있고, 이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소상공인들이 힘들다는 점을 정부에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현대자동차 다니면서 노조활동도 해보고 그랬지만, 상인으로 사는 게 더 힘들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노동자는 월급이라도 받지, 저희는 굶주리고 있습니다.”(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
중소벤처기업부가 4일 경기도 수원시 영동시장 28청춘 쇼핑몰에서 개최한 ‘나와라! 중기부, 소상공인에게 듣겠습니다’ 간담회에선 소상공인들이 중기부 관계자들에게 골목상권 보호, 소상공인 육성, 카드수수료 등 각종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이 간담회는 지난달 5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중기부가 추진한 현장 소통 행보인 ‘찾아가는 중기부’의 두 번째 행사다. 이 행사엔 100여 명의 소상공인을 비롯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병근 소상공인정책실장, 권대수 소상공인정책관, 이호현 상생협력정책관 등 중기부 인사들이 참여했다.
홍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기부가 만들어진 이후로 문재인 정부는 전통시장·소상공인 대책을 6회 발표했지만, 그 안엔 무려 110개의 세부과제가 들어 있다”며 “서민들의 지갑이 빵빵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홍 장관은 이때까지 중기부가 펼친 소상공인 정책으로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온누리상품권 △카드수수료 인하 △대기업 골목상권 침투 처벌 강화 등을 꼽았다.
현장에 나온 소상공인들은 중기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림9동에서 과자점을 운영하는 구모 씨는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역시 카드수수료”라며 “중기부에서 카드수수료 인하에 많이 앞장서긴 했지만 아직도 과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에서 상인회장을 하고 있는 이모 씨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영세 상인들이 삶의 터전에서 떠나고 있다”며 “대기업 거래제한을 강화하고,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대형 영업점에는 품목제한을 강화해 상생의 틀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장에서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현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사이의 상생협약을 소상공인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게 돼 피해 당사자가 협상 과정에서 빠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업종별로 체계화된 소상공인 사관학교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가자는 “중기부는 온누리상품권을, 행정자치부는 지역상품권을 별도로 발행해 예산이 중복 집행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온누리상품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의 수요 진작을 목적으로 발행된 상품권이다.
중기부 관계자들은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신속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소상공인 지원을 다른 얘기로 하면 한국경제를 위한 투자”라며 “오늘 얘기가 나왔듯이 어처구니 없는 정부정책들이 많은데, 저희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골목상권 침투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저희는 지역적으로 상생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걸 원칙으로 하지만,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통해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는 대형마트나 대기업엔 강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