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IT'S WAR…미중 무역전쟁, 철강·곡물 이어 반도체까지 산업계 전반 확전

마이크론 빅마켓 잃어 주가 5.5%↓

中 "유커들 美 불안한 치안 주의하라"

관광 제한 등 '限美令' 움직임

소프트산업까지 난타전 예고

삼성·SK 등 단기 호재 라지만

中 당국 가격담합 조사 진행 속

언제 불똥 튈지 몰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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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무역 대치 국면이 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를 대상으로 한 보복성 타격전으로 번지고 있다. 양국의 신경전과 맞보복 조치가 글로벌 첨단산업 지형도에 큰 충격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국면에서 꺼내 들었던 한한령 조치와 비슷한 여행 분야 대미 압박 카드를 들이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이 전방위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장 초반 강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는 중국 중급인민법원이 미국 마이크론에 대해 중국 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관련 제품 26종의 판매 ‘예비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나스닥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주가는 5.5% 이상 빠졌다. 예비 중지 명령이기는 하지만 중국 시장 수요가 마이크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조치의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컸다.

이번 판결은 미중 무역 대치 국면에서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미국의 첨단산업 압박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양국의 무역협상 논의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자국 기업의 반도체 굴기에 손을 들어준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이 반도체 업체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와 함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에 단기적 반사이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글로벌 빅3’를 대상으로 한 중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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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6일 관세보복 조치 시행을 앞두고 대중 압박 고삐를 한층 더 조이는 분위기다. 2일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은 중국 최대의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에 미국 통신 시장 진출 불허 결정을 내려 지난 2011년 차이나모바일이 미국 정부에 통신 시장 진출 신청서를 낸 지 7년 만에 거부 판정을 확정했다. NTIA는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정보활동과 경제 분야에서의 간첩 행위 등 여러 사항을 평가한 데 따른 결과”라며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지식재산권 압박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첨단산업 지원 정책과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둘러싼 양국의 극한 대치는 산업뿐 아니라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미국 여행 등 이른바 소프트 산업 분야에까지 파장이 미칠 조짐이다. 4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관광에 나서는 자국민들에게 “미국에서 총격과 강도·절도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불안한 치안에 주의를 요구하는 안내문을 보냈다. 안내문에는 총격, 강도, 세관원 압수, 자연재해, 비싼 의료비 등 미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 격화와 맞물려 중국이 미국행 관광 제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적인 유커의 대미 여행 통제 조치 대신 ‘한미령(限美令)’ 같은 간접적인 통제로 미국에 압박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중국은 6일 미국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전에는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 중국 재정부는 “중국은 절대로 먼저 발포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에 앞서 관세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미중이 6일 0시를 기해 서로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시차로 인해 중국이 미국보다 12시간 앞서 선제공격을 하게 되는 데 따른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중국 당국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한 우려 속에 요동치는 중국 금융 시장을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경제사령탑인 류허 부총리는 2일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외부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며 “큰 전투에서 중국이 이길 수 있다”고 밝혀 미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앞두고 금융 안정에 대한 당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노현섭기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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