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양국의 무역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픽셋에셋매니지먼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두 당사국 외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10개국 중 한국을 62.1%로 6위에 올렸다. 픽셋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들이 글로벌 교역 체인 참여율을 분석한 결과다. 글로벌 교역 체인 참여율은 해당 국가의 수입품 부가가치와 수출품 부가가치의 합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선진화한 국가 중 하나로 전자제품·자동차·철강·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총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282억6,000만달러(약 31조5,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대중 수출 규모의 19.9%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대미 수출 피해는 1억달러 미만에 그쳐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 무역분쟁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이 1억9,000만달러(0.03%)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미중 간 전면전이 벌어지고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할 경우 수출이 367억달러(약 40조9,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타이무르 바이그 싱가포르 DBS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과 함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중 양국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하면서 2.5%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태국·말레이시아와 함께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양국이 서로 5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중 대미 수출이 총 3억3,000만달러(약 3,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교역 규모가 위축되면 한국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