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양극화 되는 가치소비] 중간이 사라졌다…명품·최저가에만 열리는 지갑

"투자가치 있는 상품만 산다"

백화점 상반기 명품 매출 30%↑

가성비 좋은 SNS브랜드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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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이 사라졌다’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중고가 제품은 외면하고 고가의 명품과 가심비·가성비가 뛰어난 SNS 마켓·온리프라이스 제품에만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에만 충분한 값을 지불하는 가치소비의 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조 롯데백화점 해외부티크팀 수석 바이어는 “경기가 침체 되면서 본인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상품은 반드시 구매하는 가치소비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고가 명품과 가성비와 트렌드를 앞세운 인플루언서 브랜드가 좋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소비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을 말한다.


◇명품 최대 30% 신장…시계·보석류는 세자릿수 = 8일 백화점 3사의 상반기 명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럭셔리 제품군 성장률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마다 적게는 10% 중반에서 높게는 30% 가깝게 성장했다. 구찌, 샤넬, 발렌시아가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 명품은 20%~3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샤넬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나 가격을 인상해 구설수에 올랐지만 비싸도 잘 팔리는 베블렌 효과에 따라 상위 1·2위에 랭크됐다. 가브리엘 호보백과 코코핸들, 보이클러치가 인기품목에 올랐다.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구찌의 경우 GG마몬트백, 에이스 스니커즈 등이 인기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명품 가운데 해외명품 시계보석류의 성장률은 세 자릿수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A 백화점의 경우 해외 시계보석류의 성장률이 20%대를 기록한 가운데 파텍필립, 롤렉스, 콘스탄틴 브랜드는 100% 이상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롤렉스의 경우 엔트리 모델이 1,000만 원 이하가 없을 정도로 고가지만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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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004170)백화점 관계자는 “중고가의 제품이 외면받고 있는 반면 고가의 럭셔리 제품이 잘 나는 데는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특정 브랜드·상품에 쏠림 현상 없이 전 브랜드가 고루 신장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해준다”고 설명했다.

◇가성비·가심비 앞세운 제품도 인기=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3만 명 이상의 팔로워 수를 가진 SNS 인플루언서 여성 의류 브랜드를 한 데 모은 매장인 ‘아이마켓’을 유통업계 최초로 입점시켰다. 아이마켓은 월 평균 1억 5,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팔로워 수가 1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 브랜드 편집 매장을 늘리는 한편 아이마켓 편집 매장도 부산 본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SNS 셀러들이 참여하는 ‘소호마켓’을 올해에만 40여 차례 진행했다. 전년 대비 10여 회 늘어난 수치다. 보통 일 평균 700여 명의 고객들이 방문하며 객단가 3만~4만 원 가량을 쓰고 간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SNS 상에서만 접하던 셀러와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어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는 롯데마트의 PB브랜드인 ‘온리프라이스’의 매출 신장도 가치 소비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출시 초기인 지난 해 4월 기준으로 온리프라이스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월 평균 52만 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6월에는 이 보다 2배 가량 늘어난 월 평균 1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반면 중고가 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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