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정부에 ‘깜짝 놀랄 만한’ 재정 확대를 주문한 가운데 재정당국 출신 ‘예산통’으로 꼽히는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제성장률이나 소득·생산성 향상과 비교했을 때 재정 확대가 과도하게 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과의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낮으니 재정을 더 풀라는 국제기구 권고도 있지만 여유가 있을 때 잘 관리해야 한다”며 “국회도 ‘여유 있으니 (재정을) 풀어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재정 건전성은 한 번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금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직생활 30여년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거친 뒤 지난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송 의원은 대표적인 예산전문가다.
최근 여당은 과감한 재정확대를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상상 이상의 깜짝 놀랄 만한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두 자릿수 (증가율) 이상의 재정지출 확대를 기재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의 요구에 따라 10%대 재정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 예산은 470조원대로 훌쩍 늘어난다.
송 의원은 초과 세수에 대해서도 “재정에 여유가 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양도세·법인세 수입이 늘어난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정말 경쟁력이나 생산성이 좋아졌기 때문인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주택을 앞당겨 처분한 사람이 많아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인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는 속도나 적자성 채무가 50%를 넘어선 국가채무의 내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와 비교할 때는 다른 나라가 국민소득 1만·2만·3만달러였을 때의 국가 채무와 비교해야 하는데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결코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재정 지출과 복지를 확대하더라도 신중한 검토 없이 ‘퍼주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당해 연도 수입으로 지출을 잘 통제하면 (재정 확대와 국가채무비율도)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처럼 새로운 복지제도를 자꾸 만들어가면서 ‘퍼주기’ 식으로 하다 보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 문제와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고 진작시키기 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럴 때 새로운 복지정책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특정 분야 지출을 대폭 늘리기 위해 재정을 두자릿수로 늘리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