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카놀라

0915A38 만파식적



1950년대부터 포화지방이 심장혈관을 막는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옥수수·콩 등 식물성기름이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얼마 안 가 옥수수·콩기름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 식품업계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불포화지방 비율이 높은 올리브와 유채가 주목을 받았으나 둘 다 약점이 있었다. 올리브는 저온압착 방식으로만 생산하는 관계로 가격이 너무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유채는 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씨에서 추출한 기름은 불쾌한 쓴맛이 강한데다 심장병과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에루스산이 포함돼 식용이 불가능했던 것. 유채유가 호롱불을 켜거나 윤활유 정도로만 쓰이는 이유다. 이때 캐나다 과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1970년 전통적인 육종법을 활용해 유채 신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일종의 유전자변형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해 지방산을 거의 제거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카놀라(CANOLA)다. 이는 ‘CANadian Oil Low Acid’의 약어로 캐나다가 본고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원산지답게 캐나다는 세계 최대 카놀라 생산국이다. 1975년 이후 대량생산에 들어가 연간 수확량이 4,000만~4,500만톤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이 수출되는데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에 이어 3대 수입국이다. 카놀라는 꽃에서 씨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것 같다. 꽃은 비타민 A·B·C와 칼슘·철분 등이 풍부해 골다공증·빈혈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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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도 오메가 3·6·9를 고루 함유하고 있어 심장질환의 예방에 뛰어나다. 특히 씨에서 뽑은 기름은 다른 오일에 비해 포화지방이 극히 적다. 버터와 비교해도 1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요즘은 식용유를 넘어 자동차 대체연료로 연구 중이고 남은 찌꺼기는 동물사료로 사용되고 있으니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의 여파가 카놀라에까지 미치는 모양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대신해 캐나다산 카놀라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480만톤을 들여왔는데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올해는 증가속도가 더 가파르다고 한다. 카놀라 시세도 뜀박질이다. 올해 초만 해도 대두와 비슷했으나 최근 11월물 가격이 톤당 507캐나다달러(약 43만원)로 대두보다 20% 비싸다. 중국을 등에 업은 카놀라의 기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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