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최은영 작가 "미숙했던 지난날, 女聲으로 풀어냈죠"

신작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돌아온 최은영

"정직한 목소리에 매력 느껴

소설의 주체 '여성'으로 설정

과소평가했던 어린시절 기억

재의미화 하는 시간 되셨으면"

2년 만에 새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돌아온 최은영 작가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2년 만에 새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돌아온 최은영 작가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10만 부를 돌파한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김영하 작가로부터 “재능 있는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소설집”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최은영이 2년 만에 새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라면 이번 신작은 과거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그런 만큼 이번 소설집에는 인생의 가장 여린 시절인 10대와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최은영 작가는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신작은 할 말은 많았지만 묶여있던 과거의 자신을 위해 쓴 작품이기도 하다”고 이번 작품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주인공들을 말하게 하고, 울게 하고, 싸우게 하면서 과거의 자신을 풀어줬다는 것이다. “평범한 유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단체 행동이나 규율을 힘들어하면서도 맞춰 살려고 하다가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렇게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징징대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난했죠. 돌이켜보면 남하고 비교하면서 왜 내 고통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2년 만에 새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돌아온 최은영 작가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2년 만에 새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돌아온 최은영 작가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소설집에는 상처를 주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소설집 제목 ‘내게 무해한 사람’은 수록작 ‘고백’에서 나왔다. 미주는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친구 진희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고백하자 혐오의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진희는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다른 수록작 ‘손길’에서는 주인공 화자를 어린 시절 키워준 숙모가 전라도 여자이고 아이를 못 낳았다는 이유 등으로 집안에서 온갖 혐오와 비난의 말을 듣는다.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어린 시절의 미숙함으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학습된 편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저는 다른 사람한테는 관대하지만 저 자신한테는 끝없이 가혹하고 냉정해요. 그 목소리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봤을 때 어린 시절 어른들의 목소리가 내면화된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를 사랑으로 대하기는 힘들더라도 서로에게 너무 잔인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최은영의 바람이다. “스스로 상처받은 것은 기억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준 것은 잘 잊게 되는 만큼, 나조차도 의도가 있든 없든 다른 사람을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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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대부분이 여자로 설정된 것에 대해 그는 “세상의 모든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인데 나까지 남자 이야기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90년대 남성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창녀, 마녀, 어머니로밖에 대상화되지 않았고 여성이 주체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은영은 “정직하고 현실적인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독자들이 책을 덮었을 때 독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스스로 무시하고 과소평가했던,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다시 재의미화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잊고 현실을 살아내는 것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과거의 자신을 잊으려고만 하는데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화를 못 냈으면 화가 남아있고. 못 울었으면 슬픔이 남아있는 만큼 다시 그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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