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G2) 간 무역전쟁이 유럽 등 글로벌 전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반미연대를 시도하려는 중국의 손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당장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의 반미 연합전선을 효과적인 방패로 활용할 수 있지만 자칫 무역갈등 장기화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며 초래될 부작용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유럽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반미 경제동맹’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EU 정상회의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C 집행위원장과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의에 앞서 유럽을 순방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불가리아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16개국 모임에 참석해 공동 대응을 촉구한 데 이어 8일에는 독일을 국빈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동한다. FT는 EU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미국과 EU 간 무역갈등의 틈을 파고들어 EU 투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손을 잡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EU 측도 중국이 내미는 손을 당장 뿌리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EU라는 거대경제권이 힘을 합치면 대규모 관세 폭탄으로 압박하는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중·EU 협력구도를 깨기 위해 EU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일 경우 중국과의 협력이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EU 입장에서는 1,760억유로에 달하는 무역적자 상대국인 중국과 섣불리 손을 잡았다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수출길이 완전히 막힐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당국자들은 EU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은 것처럼 보이는 어떤 상황도 만들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중국 리스크’도 EU의 우려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투자협력을 맺었다가 중국 당국이 추후 기술이전 강요와 고율 세금 부과 등 기만행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FT는 미국의 무역전쟁 촉발로 다자주의 수호라는 명분이 일치한 중국과 EU의 관계가 진전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투자협력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