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연극의 제목이 '브라질'이 된 이유

전인철 연출, 은행을 배경으로 베이비붐 세대 집중 조명

10~15일 대학로서

젊은 나이에 외국계 회사의 임원이 된 김설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사가 문을 닫으며 직장을 잃었다. 퇴직금으로 시작한 인터넷 사업은 얼마 못 가 망했고 생계를 위해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의 관리 이사로 재취업했으나 10년 뒤 선배의 아들에게 밀려 또 한 차례 백수가 된다. 이번에 받은 퇴직금은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리고 결국 낡은 집만 남은 상황. 김설호는 집의 일부를 가게로 개조해 세를 놓고 보증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다. 터무니 없이 낮은 금리에 실망한 설호에게 은행 직원이 권하는 상품은 이자가 비교적 높은 브라질 채권. 그는 고민에 빠진다.


좀처럼 연극 무대에선 다뤄지지 않았던 베이비부머의 투자 이야기가 전인철 연출의 손에서 사회적 메시지 강한 작품으로 빚어진다. 오는 10~15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의 제목은 ‘브라질’. 극단 두비춤의 일곱 번째 정기공연인 이 작품은 은행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를 몸소 경험하고 노년을 바라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극의 주된 질문은 ‘김설호는 과연 정기예금에 돈을 예치하고 은행을 나설 수 있을 것인가’이다. 여기서 정기예금은 ‘이성적 인간’ ‘경쟁 이전의 가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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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연출은 “무한경쟁에 익숙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던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사회의 피해자이자, 이 사회를 약육강식의 세계로 만들어버진 가해자이기도 하다”며 “이들이 만들어 놓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FOMO·Fear Of Missing Out)를 다루며 경쟁사회를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세대 간 화해의 가능성은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10~15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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