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명수 檢수사협조 약속에도...법원, 증거제출 거부 줄다리기만

"비협조땐 사법부 불신 키워" 지적

"檢에 명분만 줘 강제수사" 관측도

검찰이 지난 6일부터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 자료 제출을 받은 가운데 법원이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 입장을 내비친 상태에서 법원의 저항이 이어질 경우 오히려 의혹을 부풀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대치상황이 계속되면 검찰에 명분만 줘 결국 강제수사의 필요성만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대법관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거래 의혹’ 등 문건을 작성한 정다주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현 울산지법 부장판사)이 사용한 PC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의 요구를 최근 거부했다. 고 대법관은 현직이라는 것이, 정 전 심의관은 서울중앙지법 재직 시절에 사용한 PC라는 것이 이유였다.


행정처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등에서 작성한 자료도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오로지 기획조정실 자료만 증거물이 될 수 있다는 ‘셀프 원칙’ 때문이다. 사법정책실은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추진의 주무부서였고 사법지원실은 ‘원세훈 댓글 재판’ 등 여러 의혹 문건을 작성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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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는 법관 사찰의 물증일 수 있는 인사기록과 대법관 관용차량·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내부 메신저·e메일 기록 등도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미온적인 법원의 태도는 사실 수사 초기부터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달 수사에 돌입하면서 핵심증거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PC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요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거절했다. 심지어 하드디스크를 복구불능 상태로 만들었다며 수사기관의 힘을 뺐다. 첫 임의제출 당시 법원이 제출한 자료는 410개 파일 등 극히 일부에 그쳤다. 양 전 대법원장의 백업파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다 지난해 9월 대법원장실로부터 백업 완료를 통지받았다고 뒤늦게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계속 취하면 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달 15일 “모든 인적·물적 자료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법원의 대응은 국민 눈높이와 너무 다르다는 분석이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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