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日 폭우 사망자 110명 돌파...기업·교통 모두 먹통

행방불명 80명 이상...위생 우려까지

마쓰다도 조업 중단, 철도도 곳곳 운휴

아베, 특별재해지역 발령 및 순방 취소 검토

일본 폭우 사태의 대표 지역으로 꼽히는 히로시마현 쿠마노에서 9일 경찰들이 구조장비를 운반하고 있다.     /쿠마노=AFP연합뉴스일본 폭우 사태의 대표 지역으로 꼽히는 히로시마현 쿠마노에서 9일 경찰들이 구조장비를 운반하고 있다. /쿠마노=AFP연합뉴스



서일본 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인명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공장 조업 중단 등 기업 활동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해외 순방 일정까지 전격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서일본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9일까지 총 112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110명을 돌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에 2011년 태풍 12호, 2004년 태풍 24호가 강타했을 당시 각각 9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바 있다.

인명피해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소방과 자위대가 투입돼 관군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80명 이상이 행방 불명 상태다. 장마전선이 한국으로 북상한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전염병이 돌 가능성도 있다.


기업 활동의 타격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자동차회사 마쓰다는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후추초 공장과 야마구치현 호후시 공장의 가동을 오는 10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와 지반 붕괴로 주변 고속도로의 통행이 금지돼 부품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들 공장이 11일에 조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업 중단이 길어지면 올 생산계획 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자동차업체 도요타그룹 산하의 다이하쓰공업은 오사카부 본사 공장을 포함해 긴키·규슈 지역 차량생산 공장 4곳에서 9일 낮까지 조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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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도 먹통인 상황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JR도카이 등 13개 철도회사가 관리하는 37개 노선이 토사의 유입과 교량의 유실로 운행을 중지하고 있다. 고속도로 역시 12개 노선 13개 구간에서 통행이 금지됐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전국에 1만2,700가구가 정전됐으며, 후생노동성 자료에서는 수도관 파열 등으로 약 27만 개 가구가 단수를 겪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했다. 아베 총리는 “피해 지자체가 재정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응급 대응 및 복구를 할 수 있도록 재정조치를 강구하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폭우 피해 지역을 특별재해지역(격심재해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되면 재해복구 비용 가운데 최대 90%를 중앙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폭우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당초 11~18일 예정됐던 유럽·중동 순방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서일본 지방을 중심으로 한 기록적인 폭우는 태풍 쁘라삐룬과 편서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마전선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월 말만 해도 일본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한국으로 북상하면서 대규모 호우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지만 지난주 7호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해 동해상에서 소멸하면서 장마전선이 내려왔고 다량의 수증기까지 전선에 유입됐다. 여기에 편서풍이 오호츠크해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의 충돌을 부추기며 장마전선이 더욱 강화됐다. 일본 정부가 손 쓸 새도 없이 잇따른 재해에 당한 셈이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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