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외국 국적자가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항공법령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안일한 관리 행태에 대한 불신이 커질 전망이다.
9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국적자인 ‘브래드 병식 박’씨가 2004년3월부터 2010년3월까지 6년간 아시아나 등기이사(사외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재미교포인 박씨는 항공업계 종사자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2010∼2016년 등기이사로 올린 진에어와 마찬가지로 항공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면허 취소까지도 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국토부는 진에어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처분을 검토하기 위해 청문 절차를 준비 중이다. 더군다나 국토부는 진에어 논란 이후 항공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쳐 아시아나의 문제를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결과 아시아나에 대해서는 면허취소를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외국인이 등기이사로 재직할 경우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항공법령이 개정된 것이 박 씨가 등기이사로 재직한 기간 이후인 2012년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2014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표이사 변경으로 면허를 변경했는데, 이때는 결격 사유가 이미 사라져 면허 취소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경우 과거 외국인을 등기이사로 올릴 수 없게 한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은 있지만 법률 자문 결과 면허 취소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 담당 공무원들이 진에어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외국인 불법 이사 등기 사실을 보고도 지나쳐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항공업계 간 유착의혹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해당 임원은 사외이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자료를 내고 “사외이사는 회사의 일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로서 당연히 항공법상 외국인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 임원은 2010년 3월 임기 만료에 따라 퇴임했고 처음부터 국토부 신고, 증권거래소 공시 등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