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분기 예상치를 밑돈 실적을 발표하며 크게 내렸던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하루 만인 9일 다시 오르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3·4분기에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정치권이 합세해 삼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20조원을 훌쩍 넘는 대량대기매물(오버행) 이슈가 향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이 오버행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0원(1.56%) 오른 4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14조8,000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한 지난 6일 주가가 2% 넘게 내렸던 것에서 빠르게 하락분을 만회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이른 회복은 올 3·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4분기 영업이익은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3·4분기에는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의 이익 증가로 영업이익이 16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반도체는 낸드의 가격 하락에도 D램의 출하량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17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익 증가를 감안할 때 최근 주가 조정은 좋은 매수 기회”라고 제안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이후 최대 스마트폰 소비 지역으로 부상한 인도 현지에 최대 규모의 노이다 공장을 준공한 것도 최근 부진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의 회복을 이끌 호재로 꼽힌다. 인도는 북미를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으로 성장하고 있는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지난해 1억8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억3,800만대에 이어 오는 2022년에는 2억55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한자릿수로 정체된 상황에서 인도는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모두 갖춘 마지막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2.70% 상승하며 마감했다. 이처럼 대형주들이 선전하고 미국과 중국이 ‘개전’을 한 무역전쟁이 외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면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93포인트(0.57%) 오른 2,285.80에 오름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23%) 처분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압박이 가속화하면서 ‘뒷맛’을 남기게 됐다. 이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며 계열사의 주식을 과다 보유한 보험사에 더욱 엄격한 자본 규제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실시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강조한 것이지만 사실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본을 더 쌓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그룹 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해 추가 자본을 요구하는 방식을 통합그룹 자본규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계산시 취득원가 기준을 공정가액으로 변경하고 한도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한편 매각차익을 보험회사의 손실보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은 약 26조원대, 삼성화재는 약 3조원대의 한도초과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5+2년의 매각기한을 두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매물시한폭탄을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일부에 불과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0.45%)를 장외 블록딜로 매각하자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1% 급락하며 5만원선(종가 4만9,500원)이 무너졌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들이 속속 생겨나는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날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4분기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58조원) 역시 부진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매출의 부진은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 또는 동사 스마트폰 등의 경쟁력 악화를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종전 6만원에서 5만5,500원으로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