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최저임금 감당하는 건 정부 아닌 시장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정부지만 지불하고 감당하는 것은 시장”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한 말인데 올바른 지적이다. 김 대표의 언급처럼 최저임금은 산업현장과 고용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상폭이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부작용이 속출한다.


기업이 급격한 임금상승에 대응할 방법은 고용을 줄이거나 경제활동을 줄이는 것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 16.3%나 오른 올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딱 이렇다.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가 대폭 줄어들고 영세업자들은 영업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최저임금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법을 위반하는 기업들만 급증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최저임금 지급의무를 명시한 최저임금법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5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8%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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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성장률 하락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다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6 단체가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것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호소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올해보다 무려 43.4%나 많은 1만790원을 달라며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중재는커녕 노동계 눈치 보기에 급급하니 답답한 일이다. 정부 여당과 노동계는 고용불안과 소비·투자 위축 등 최저임금 과속으로 빚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약에 집착해 또 과속하면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14일 최저임금 결정 때까지 현장의 절규를 제대로 듣고 무리한 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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