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인근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삼성전자(005930)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출동한 것은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13억 인구의 인도는 가장 주목받는 신흥시장으로 국내 업체들에도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인도법인에서 매출 10조3,938억원, 순이익 6,544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갤럭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중국 업체들의 확대를 막고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2년까지 50% 성장…印 시장 잡아야 세계 잡는다=생산량 연 1억2,000만대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은 국내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모디 총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모디 총리가 외국 정상과의 경제 관련 행사에 동반 참석한 것은 그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인도 정부에서도 이번 노이다 신공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이 현지에서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을 방문하는 길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당 도로구간의 과속방지턱들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성장 가능성을 이유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3,800만대로 전체 휴대폰의 44.4%로 전망된다. 13억명에 달하는 인구에 비해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직 50%를 밑돌아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550만대로 올해보다 약 50%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를 겪는 상황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눈길은 인도 등 신흥 아시아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이미 현지에 공급되는 스마트폰의 95%를 인도 내에서 생산하며 현지화에 나섰으며 애플도 지난해부터 아이폰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 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삼성전자의 위치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인도 공략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4분기 인도법인 매출은 2조6,828억원, 순이익은 1,9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4%, 5.9%씩 줄어들었다.
동남아 주요5개국(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도 지난해 중국 오포(17%)와 비보(7.2%), 화웨이(5.4%)의 점유율 합계가 삼성전자(29.1%)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판매 규모와 스마트폰 단가가 모두 오르는 잠재력을 지닌 곳”이라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유지하려면 인도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계 요청에 한달음에 노이다로 달려간 文=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데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혁신성장과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 기간에는 당초 뭄바이에서 진행되는 일정이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경제계가 국내 기업의 이슈가 많지 않은 뭄바이 대신 노이다 등 뉴델리 지역 일정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청와대에서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부회장이 재판 중임에도 문 대통령이 정치적 논란 가능성을 개의치 않고 현장을 찾은 것은 경제와 정치를 확실히 구분해 챙기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기업은 기업이고 총수는 총수”라며 “삼성전자는 총수 개인의 회사가 아니고 국민과 주주들의 기업이므로 국민의 기업의 해외투자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 행보가 본격화되면 기업 역할론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재계 관계자는 “VIP가 인도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 중 국가대표 기업 격인 삼성을, 그것도 집행유예 상태의 이 부회장을 만난다는 게 상징성이 적지 않다”며 “고용 등 각종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이번 만남의 후속조치도 고민해야 하고 신사업 마련 등 사업구조 재편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등 다른 현안도 산적해 있다”며 “큰 틀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겠지만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의미 있는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뉴델리=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권경원·한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