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사생활을 캐는 직업을 금지하고 ‘탐정’이라는 명칭 자체도 쓰지 못하게 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은퇴한 경찰관 정모씨가 탐정업을 금지하고 명칭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신용정보의 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지난달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관 총경으로 정년퇴직한 정씨는 전직을 살려 탐정업을 하려다 신용정보업자 이외에는 미아·가출인·실종자·사기꾼 등 사람 찾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2016년 관련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현 신용정보 보호법 40조에는 신용정보회사 외에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등의 일을 금지한다. 또 같은 법 50조에는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했다.
헌재는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경우 조사과정에서 각종 불법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고, 조사결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오·남용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탐정 유사 명칭 사용 금지는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고 정보조사업무에 대한 신용질서 확립에도 기여한다”며 “탐정제도의 도입은 국민 의견을 수렴한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신고제로 운영하는 일본의 경우 인구 대비 가장 많은 6만여 명의 사설탐정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국회도 ‘공인탐정법안’과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업에 관한 법률안’ 등 탐정업을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안 2개를 발의해 심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