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여의도와 용산에 대한 개발계획을 각각 수립 중이며 올 하반기 발표 예정이다. 여의도는 아파트 단지의 노후화 및 업무지구의 공동화에 따라, 용산은 과거 대규모 개발사업이 무산됐던 부지와 관련된 소송 등 법적 문제의 해결로 각각 대규모 개발 계획 수립이 필요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서울 중심부의 입지인 두 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개발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대형 호재로 주목 받는다. 당초 발표 예정 시기는 지난해 말~올해 상반기였으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기됐다. 특히 지방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시장의 정책에 대해 “개발 대신 재생을 앞세웠지만 임기 7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3선 연임에 성공하면 굵직한 개발 계획들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여의도 개발 계획과 관련해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의 높이는 높일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는 서울시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서울플랜’에서 강남·광화문과 함께 3대 도심으로 지정돼 최고 50층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이 가능한 지역이다. 서울시는 현재 여의도를 국제 금융 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며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사업도 이 계획에 맞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용산 마스터플랜’에 대해서는 서울역~용산역 구간 철로 지하화 계획과 함께 서울역을 유라시아횡단철도 출발지이자 종착지에 걸맞은 곳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구간을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프로젝트’처럼 조성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남동쪽 2㎞에 위치한 리브고슈 지역은 철도역과 주거 및 상업, 업무가 혼합된 대표적인 복합지구 개발 사례로 꼽힌다. 파리개발공사(SEMAPA)가 199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리브고슈 지역 재개발 사업은 센느강 인근 버려진 철로와 산업용지를 입체개발을 통해 통합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목표로 기존 철로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 공공주택 2000가구 등 주거시설과 공공기관, 상업 및 업무공간 등을 조성 중이다.
이와 관련 박시장은 다소 민감한 발언들도 내놓았다. 용산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잔류하는 한미연합사령부 시설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 대사관 숙소, 드래곤힐 호텔은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더 장기적으로는 국방부도 용산에서 나가면 좋겠지만 그건 다음 세대에서 2단계로 할 수 있다”며 “이 정도만 비워주면 용산이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용산 개발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는 “오세훈 전 시장 당시 개발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편입시켰기 때문”이라고 전임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현재는 용산역 옆 기지창 개발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북 균형 발전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박 시장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공간을 배려해준다면 도봉구 창동에 생기는 ‘서울 아레나’로 이전할 생각을 전해왔다”고 소개하면서 “창동을 음악산업 중심지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재임 기간 중 상당한 정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다양한 서울의 도시계획 문제를 심의하는 도시계획위원회 구성, 건물 용적률·높이 관련 조례 등 도시계획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서울시 도시계획 정책에 정통한 한 전직 시의원은 “지난 임기 동안 도시재생사업만으로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박 시장 스스로 절감했을 것”이라며 “이번 임기에서는 대권 도전을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발정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그 동안 정부가 집 값 안정에 주력해 왔고 서울시도 여기에 협조하는 모양새였으나 앞으로 박 시장이 정부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서울 주요 입지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 서울시와 정부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