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의 이달 경제 평가에는 곳곳에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KDI는 “수출이 비교적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한 달 전 수출은 ‘견실한 모습’, 내수는 ‘증가세가 점차 둔화’라고 표현한 것보다 뉘앙스가 부정적이다.
먼저 올 초 경제 개선세를 이끌어온 민간소비의 둔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4.6% 늘어 3월(7.0%)은 물론 전달(5.5%)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지난 6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105.5)는 기준치(100)를 웃돌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째 하락세다. 지난해 경기성장을 떠받쳤던 투자는 올해 3월 0.1%, 4월 1.3%에서 5월 -4.1%로 급감했다.
투자가 꺾이면서 생산·고용도 부진하다. 올해 5월 전산업생산은 1.7% 늘어 전달(2.0%)보다 증가율이 떨어졌다. 5월 취업자 수도 7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8년 만에 최저치다. 우리 경제를 나홀로 떠받쳐온 수출 마저 지난 6월 0.1% 감소세로 돌아섰고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와 달리 민간 학자들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 초입’ 주장이 번지는 가운데 KDI 판단 변화는 경기논란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와 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나기 어렵고 수출도 중국의 추격까지 고려하면 낙관하기 어렵다”며 “주력산업과 신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빈난새·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