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9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차 조정회의에서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어렵다며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금융권 노사는 약 8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날 회의에서는 정년 연장이 주된 안건으로 노사 간 극명한 견해차가 나타났다. 금융노조는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통상 만 55세부터 적용하는 임금피크제 시작 시기를 2년 늦추고 정년도 현행 만 60세에서 62세로 늘일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정년을 연장할 경우 인사 적체가 심화하고 인건비가 증가한다며 금융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정년 연장은 중간 간부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일반직원 중 책임자급(과장 이상) 비율은 지난해 54.2%로 전년 대비 0.62%포인트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시중은행들이 수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직원 수가 수천명 줄었음에도 관리자급이 많은 인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비대면 영업이 강화되는 추세에 정년 연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50대 행원들 중 정년까지 마치기보다는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 많다”면서 “금융노조가 퇴직금을 높이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더구나 금융 당국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사실상 희망퇴직을 ‘상시화’할 것을 요구하는 마당에 정년 연장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배치된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은행들은 주로 임금피크제 적용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데 정년을 뒤로 미루면 희망퇴직 범위도 줄어들게 돼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없어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주 52시간 조기 도입 문제도 예외 적용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인사·예산·전산 등 20개 직무를 예외로 두자고 하는 반면 노측은 예외직무 없이 모든 직무에 일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측은 중노위 조정이 무산됨에 따라 이달 말 쟁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 총파업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2016년 이후 2년여 만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달 말께 파업 찬반투표를 사업장별로 하되 쟁의를 하면서 교섭도 병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