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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도입에 우려 커지는 스튜어드십코드

배당확대방안·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권 개입 판단 기준 불분명

정부, 주주권만 행사하겠다지만

시장 "믿을 수 없다" 불신 여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일정에 맞추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 상장기업의 경영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어디까지가 경영권 개입인지 모호한 현행법 테두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만 서두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 △의결권 행사 위임장 대결 △임원의 선임과 해임 △회사 합병·분할 등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다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넘기겠다고 하고 하루도 되지 않아 운용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해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안을 의결한다.

1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만 행사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경영 참여를 선언한다던 정부가 여론의 반발로 한발 물러선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에 재벌 감시자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반을 결정하는 의결권만을 행사했을 뿐 배당확대 세부방안을 제시하거나 스스로 안건을 제안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안건을 스스로 만들어낼 경우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003490) 사태에서 나온 박능후 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재벌 개혁의 수단으로 삼을 향후 행보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한항공을 시범 케이스로 하려고 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정부의 주주권 행사와 경영권 개입을 구분하겠다는 논리에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의아해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한다면 이는 현행법상 경영 개입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며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는 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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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회의에서 밝힌 의결권 절반 이상을 위탁운용사에 맡기는 방안도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복지부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넘기는 대신 국민연금이 자산을 맡기는 민간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강제도입하라는 것이다. 설사 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 해도 실효성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 1~2개 자산운용사 정도나 전담 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머지는 민간 의결권 자문사에서 건당 10만원의 보고서를 사서 그대로 따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민간 의결권 자문사의 전문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글로벌 1위 의결권 자문사로 국민연금도 참조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한국 담당 직원은 단 두 명뿐이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기업지배구조우원도 평소에는 열 명 미만의 인력으로 운영된다. 두 곳에서 국내 상장사 대부분의 의결권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이다.

의결권행사 자문위원회는 대안으로 국민연금이 민간 운용사에 의결권을 줄지 판단할 때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따지고 일반적인 자산 위탁 결정에는 기존대로 수익률을 기준으로 따지라고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민간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도록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 민간 의결권 자문사를 육성할 것도 제안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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