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상사화

도종환 作

남쪽에선 태풍이 올라오는데


상사화 꽃대 하나가 쑥 올라왔다

자줏빛 꽃봉오리 두 개도 따라 올라왔다

겁도 없다


숲은 어떤 예감으로 부르르 떨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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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폭우 어떤 강풍 앞에서도

꽃 피우는 일 멈출 수 없다는

저 무모한

저 뜨거운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보지 못한다지만, 저들은 봄마다 잎이 푸르기를 멈춘 적 없고, 여름마다 꽃이 붉기를 그친 적이 없다. 폭우에 찢겨도 꽃잎은 웃고, 강풍에 쓰러져도 꽃대는 푸르니 무모하지 않으면 생명이 아니요, 뜨겁지 않으면 그리움이 아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지만 실은 땅속 같은 뿌리에서 돋지 않던가? 헤어진 것 같으면서도 이미 만나고, 만나고 있으면서도 또 그리워하는 몸짓 아닌가? 지구라는 알뿌리에 꽃이며 잎인 우리 모두 형제이며, 연인인 상사화가 아닌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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