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폐단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조사 대상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압박 의혹까지 본격 확대했다. 수사 범위는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에서 민간인 사찰까지 넓어지고 있는데 법원은 여전히 자료 제출 등에 비협조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11일 민변의 송상교 사무총장과 김준우·최용근 사무차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피해 여부 등을 조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처가 지난달 제출한 410개 문건 가운데는 ‘(141229)민변대응전략’, ‘(유실)상고법원 입법추진관련 민변 대응전략’ 등 민변을 압박하려 한 흔적으로 보이는 파일이 상당수 포함됐다. 특히 상고법원 추진을 반대하는 민변을 회유하기 위해 당시 민변이 대리하고 있던 통합진보당 소송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은 앞선 지난 5월 대법원에 이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법원행정처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송 사무총장은 “법관사찰이나 재판거래 의혹도 모자라서 민변과 같은 변호사단체를 사찰하고 대응문건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에도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불러 하 전 회장 뒷조사 등 법원의 변협 압박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당초 법원 특별조사단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라는 법관사찰 의혹에 중점을 두고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혐의점은 청와대·국회 대상 재판거래를 거쳐 민간인 사찰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에 법원이 계속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할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자체 조사에서 들여다본 하드디스크 8개와 기조실 하드디스크 4개 등 극히 일부 자료만 검찰에 임의 제출한 상태다. 기조실 외 행정처 간부·심의관 하드디스크와 업무메신저, 관용차·법인카드 내역, 인사자료 등은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메신저의 경우 문서 작성에 누가 얼마나 관여했고 어떤 지시·논의가 오갔는지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사찰 대상 법관에게)인사 불이익을 줘서 문제가 된 사건인데 인사자료를 안 주면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