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센터장과 이선욱 전임의(1저자) 연구팀은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에서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지만 반복적 어지럼증을 보인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눈 떨림 지속시간이 길고 심한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질환을 발견했다.
김 교수팀은 이 질환에 ‘평형기능 항진성 반복 어지럼증’(RSV-HSN)이라는 병명을 붙였다. 이 질환의 눈떨림 지속시간은 메니에르병·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보다 2~3배 길었다. 소뇌와 뇌간의 전정기능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항진돼 있는 등 기존의 어지럼증 환자들과 다른 특성이 발견됐다.
진단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뒤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쉽게 내릴 수 있었다.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바클로펜’을 투여했더니 어지럼증·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고 눈 떨림도 급격히 감소했다.
김 센터장은 “어지럼증은 뇌의 평형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규명한 질환은 평형기능이 항진돼서(과도해져서) 불안정해진 경우”라며 “평상시에는 소뇌 등이 이를 어느 정도 조절하지만 신체 내 변화, 외부 환경적 요인으로 이런 적응 상태가 교란되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검사 기법으로 진단하지 못했던 새 질환을 찾아내고 발병기전을 규명했다”며 “이번 연구가 원인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 극복에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이자 미국신경과학회지인 ‘신경학’(Neurology) 6월호에 편집자 코멘트와 함께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