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저임금 인상에...대림동선 "난민 어디 없소"

임금 눈높이 높아진 조선족 대신

힘든일 마다 않는 난민 수요 급증

부담 커진 고용주·일 찾는 난민 '윈윈'

11일 서울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 앞에서 이집트 출신 난민이 스마트폰으로 일자리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서종갑기자11일 서울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 앞에서 이집트 출신 난민이 스마트폰으로 일자리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서종갑기자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인력시장에서 난민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내국인이 꺼리는 열악한 일자리를 도맡아왔던 조선족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한 일자리를 찾는 사이 난민 인력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대림동 일대 직업소개소를 취재한 결과 조선족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는 일자리를 선호함에 따라 일자리 매칭이 어려워지자 직업소개소들이 난민 인력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대림동 인력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힘든 일자리를 자청해 맡아왔던 조선족 근로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대림동 Y직업소개소의 최모(61) 실장은 “지난 1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조선족 평균 임금이 한 달 기준 30만원가량 올라 현재 250만원에 달한다”며 “요즘은 이것도 부족하다면서 300만원 이상을 주지 않으면 일을 안 하겠다고 버텨 영업이 안 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대림동 일대 직업소개소 입구의 안내판에 적힌 임금은 ‘간병인 240만~260만원’ ‘용접 250만~280만원’ 등 월 250만원을 넘는 일자리가 수두룩했다. 조선족을 주로 채용했던 중소 제조업체와 농장 고용주 등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조선족 채용을 꺼리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인건비가 ‘금값’이 됐다”며 “조선족이 요구하는 인건비를 줄 바에는 기존 정규직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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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직업소개소 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불황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H직업소개소의 김모(58) 매니저는 “대림동에서 10년 넘게 직업소개소 일을 했는데 이런 불황이 없었다”면서 “당장 오후3시만 돼도 직업소개소 사무실이 텅텅 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이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남성 매니저들은 진지하게 다른 일을 찾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활로를 찾아 나선 일부 직업소개소는 최근 급증하는 난민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다소 못 미치는 임금에 열악한 근로환경이라도 일자리 구하기가 다급한 난민들은 흔쾌히 일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선족을 제외한 난민 등 외국 인력만 1,000명 이상 관리하는 K직업소개소의 홍모(63) 실장은 “조선족이 떠난 저임금·고노동 일자리에 난민 인력을 많이 보내고 있다”며 “눈이 높아진 조선족과 달리 난민들은 열악한 일자리에도 만족하기 때문에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윈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난민 인력 대부분은 평택 등 경기도 외곽이나 전라도·경상도 농장 등 거리가 멀고 일이 고된 곳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실제 취재진이 찾은 직업소개소 5곳 중 2곳에는 영어가 가능한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었다. K직업소개소에서 만난 한 난민도 이날 일자리를 구했다. 가나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2년6개월 됐다는 임마뉴엘(39)씨는 “충남 대천에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직 일자리를 구했다”며 밝게 웃었다.

직업소개소 업계 관계자들은 난민 인력 선호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 실장은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족을 주로 상대했지만 지금은 조선족은 아예 관리하지 않고 난민 등 외국인만 상대한다”며 “주변 직업소개소의 매니저들도 일자리가 매칭되는 난민 등 외국 근로자로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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