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한 자와 보고받은 자, 그리고 실행 가능성 여부’ ‘이전 권력과 현재 권력.’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출범한 특별수사단의 핵심 과제다. 가장 먼저 규명해야 할 사안은 누가 문건 작성을 지시했느냐는 점이다. 기무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직전인 지난해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의 발주자에 대해 현재로서는 주장과 추론만 무성하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의 측근에 따르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 2월 말 국방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는 고위정책회의. 위수령 관련 국회 답변 자료를 검토할 때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우리도 알아보겠다”며 일주일 후에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문제의 문건을 보고하자 한 전 장관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논의를 종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 질문한 위수령 폐지 여부 검토의 연장선에 계엄 문서가 생산됐다는 주장이다. 맞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먼저 의원입법 차원에서 검토되던 위수령 폐지와 기무사 계엄 문서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 둘째 한 전 장관의 측근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 장관의 다른 측근은 ‘왜 합참이 아니라 기무사가 그런 문건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합참은 병력을 실제로 동원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오해를 피하려 기무사가 맡는 게 낫다고 여겼다”고 답했다. 합참과 기무사를 아우를 수 있는 기관의 판단이 있었다는 얘기다.
한 전 장관이 2014년 청문회에서도 쿠데타는 잘못이고 5·16과 12·12는 군사정변이라는 소신을 분명히 밝혀 한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원을 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주도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장관을 제치고 군 인사를 주도한 실세였던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나 박흥렬 전 경호실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전 사령관의 충성심 발로라는 추론도 있다. 열거한 주장과 가능성이 부분집합으로 모아져 전체가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작성 경위는 결국 특별수사단의 몫이다. 국방부 장관을 넘어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전달됐는지 여부와 동원 대상으로 지목된 부대에 대한 점검이나 지시가 내려갔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와 송영무 장관도 계엄 문건이 부담일 수 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시점으로 알려진 3월16일 이후 청와대가 이 문건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가 핵심이다. 송 장관이나 청와대가 함구한 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파장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알려진 대로 송 장관이 이 문서를 4월께 청와대에 보고했다면 둘 다 문제다. 송 장관은 즉각 보고하지 않고 뭉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와대가 정말로 이전에 보고받았다면 왜 뒤늦게 공개하고 사상 초유의 특별수사단까지는 구성하는 강수를 두느냐는 의문이 가능하다. 청와대나 송 장관이 문건의 심각성을 몰랐다면 아둔하고, 알고도 시기를 저울질했다면 국기문란행위 혐의를 도구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군과 공군의 검찰단 인원 대부분이 투입되고도 30여명에 불과한 특별수사단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살아있는 권력까지 수사해 국민들이 갖는 의문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