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 코앞이라 일단은 있는 인력으로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습니다. 일손을 구하고 있지만 워낙에 힘든 일이라 충원도 어렵고요. 8월·9월로 이어지는 성수기에는 되려 공장가동 시간을 줄여야 할지도 모릅니다.(육계업체 A사)”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작과 함께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이한 육계업계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삼계탕 수요가 치솟는 ‘복날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닭을 잡는 ‘도계업체’가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줄여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직원을 더 뽑거나 아르바이트를 확충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도계업체가 인구가 적은 지방에 위치해 있어 사람도 마음대로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닭값까지 곤두박질치고 있어 업계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12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주 52시간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의 도계장은 하림을 비롯해 참프레, 마니커 등 6곳이다. 이 중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일손을 뽑기가 힘들어 공장이 있는 지역뿐 아니라 근처 다른 지역에도 공고를 내 사람을 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충원이 쉽지 않고, 일이 힘들어 아르바이트들도 중간에 그만두기 일쑤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단 현재 인력으로 풀 가동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 C사는 그나마 공장 한 곳이 수도권에 위치해 아르바이트를 충원할 수 있었다. C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40% 증원한 70명의 아르바이트를 쓰고 있다”며 “수도권에 있는 공장 물량을 줄여 지방 공장으로 분산시키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육계업계가 사면초가에 몰린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허용한 탄력근무 기간이 3개월이기 때문이다. 3개월 평균 근무 시간이 52시간 이하일 경우 노사 협상을 전제로 허용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육계 업계에서는 성수기를 길게는 5월에서 9월, 짧게는 6월에서 8월로 본다”며 “짧게 본다고 해도 3개월이기 때문에 이 기간 공장을 최대치로 돌릴 경우 탄력근무 기준을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300인 이상인 제조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특례고용허가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국내에서 인력 충원이 어렵다고 외국인을 고용할 수도 없다.
송광현 육계협회 상무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업종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려줘야 한다”며 “만약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다수 육계업체가 경영악화에 시달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