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상기 건국대 총장 "전공 칸막이부터 없애야 융합 인재 양성…하반기 학내 모든 강의 인터넷 공유할 것"

[미래교육, 총장에게 듣는다] <3> 민상기 건국대 총장

초연결시대 다방면 지식활용 위해

7+1자기설계학기제 등 학사 개편

산업계 눈높이 맞춰야 대학 생존

현장실습·SW 기반 교육도 강화

2일 민상기 건국대학교 총장./이호재기자.



최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에서 만난 민상기(사진) 건국대 총장은 융합인재를 양성하려면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학내 기득권부터 포기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학이 융합인재를 기르기 위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학내 저항에 부딪쳐 막상 과감하게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 총장은 천편일률적인 학사제도와 학내 커리큘럼부터 바꾸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취임 직후 7+1자기설계학기제, 채용연계형 3+1학년제 등 4개의 학사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드림학기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한 학기 동안 학생 스스로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활동한 뒤 학점을 받는 게 특징이다. 이미 올해 1학기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학생들은 희곡 창작, 성동구 노파킹 스트릿아트 도시재생 공모사업, 웹 기반 스마트 발표 및 토론 지원 서비스 개발 등 각자 가진 끼와 재능을 살려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민 총장은 “지난해에만 94명의 학생이 참여해 총 60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학점을 취득했다”면서 “기존 교수들의 반발도 상당하지만 대내외에서 호평도 받는 만큼 앞으로 참가 인원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공 칸막이 철폐는 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민 총장이 가장 역점을 기울여 실천한 개혁 과제 중 하나다. 그는 “외국 유수의 대학들을 가보면 일찌감치 산업의 변화를 느끼고 연구 집단들이 협업을 일상화하며 전공 융합을 시도하는 게 일상화됐다”면서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학과 단위로 철옹성을 쌓아놓고 있어 문턱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수십 개의 학과로 진행되는 대학 교육은 분업화 기반의 대량생산 시대에나 맞는 방식일 뿐 초연결 사회로 나아가는 현재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러 전공을 배우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기 전공이랑 맞게 일하는 취업자는 절반밖에 안 된다”며 “하나의 어젠다를 풀기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활용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건국대는 3,000명 입학정원 중 533명이 이동하는 대대적인 학과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공과대학 내 10개 학과가 4개 대학부로 간소화됐으며 사회계열 3개 단과대학은 하나로 통합됐다. 인문학 기반의 연계전공도 성공적으로 구축됐다. 인문학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한 융합형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휴먼ICT연계전공 △글로벌MICE 트랙 △인문소통치유 트랙 등이 개설됐다.

대학의 변화를 위해서는 교수들의 인식 변화와 동참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 총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학내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초유의 실험을 단행할 방침이다.

그는 “교수들의 강의가 온라인에서 공유되면 비슷한 과목은 비교가 가능해 교수들이 강의에 보다 충실하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울러 연계전공이 의무화된 학생들은 다양한 강의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요즘 교육계의 화두인 ‘플립러닝’이 자연히 이뤄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와 학력인구 급감 등 대학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깊어지는 형국이다.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대학은 생존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민 총장이 생각하는 해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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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산업계에서 원하는 인재 양성이 결국 대학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실습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교육 강화에 그가 남다른 애정을 쏟는 이유다.

건국대는 6개 단과대학 내 9개 학과를 기반으로 SW융합연계전공을 신설했다. 어느 전공을 갖든 기업 수요에 맞는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에서다. 2015년도에 336명이던 현장실습 이수자는 2016년 513명, 2017년에는 82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 학위를 마친 민 총장은 현장실습 역시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 인턴 과정은 대부분 기업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독일처럼 학생 스스로 자신이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점검하는 능동적인 교육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총장은 “현장실습을 가 청소 등 고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산업 현장에서 배워야 할 하나의 교육”이라며 “현장실습을 하나의 틀로 규정짓기보다 기업의 구석구석을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학생들에게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임지훈·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 민상기 총장은

△1955년 경기도 양평 △건국대 축산대학, 슈투트가르트 호엔하임대 학·석·박사 △1995년 건국대 축산가공학과 교수 △2005년 제11대 교수협의회 회장 △2007년 제1대 대학평의원회 의장 △2015년 건국대 교학부총장 △2016년~ 건국대 20대 총장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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