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기 건국대 총장은 대학에 가장 예민한 문제인 입학 정책에 대한 비전을 묻자 거침없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려면 입학 전형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민 총장은 특히 “창의성과 협동심, 자기주도학습 능력 등은 10대 때 길러지지 않으면 스무 살이 넘어 대학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입학 방식을 유지하면 주입식 교육에서 영영 빠져나올 수 없고 사교육 시장만 커지는 효과를 낳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지금처럼 공정성 논란, 수능반영비율 등 소모적인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봐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학종의 공정성 논란 역시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정성평가(종합평가)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오해의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민 총장은 “현장의 선생님들을 믿지 못해 소모적인 갈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교육부 시민참여단 운영 등 공정성을 보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대학 역시 각종 성적과 시험 결과 대신 학생들이 학창시절에 얼마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했는지 등에 초점을 두고 선발한다면 학종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는 자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종이라는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춰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건국대 역시 과거와 다르게 예비 입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건국대 입학전형 정보를 소개하고 진로 탐색의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역대 입학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학과와 전공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고 학점도 정시전형 학생들과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대학 교육 역시 주입식 강의와 필기 위주의 시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민 총장은 “독일의 경우 대부분 시험이 구술로 진행되며 질문의 핵심은 결국 ‘왜(Why)’로 귀결된다”며 “이처럼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며 스스로 답을 구하는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상위 1% 인재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훈·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