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회계부정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김태한 대표의 글로벌 행보에도 제동이 잇따라 걸리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특성상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하는 글로벌 네트워킹이 필수적이지만 회사 대표가 회계부정 사태에 주력하느라 정작 본업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 차질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 4월 영국 출장을 끝으로 줄곧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논란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이를 수습하느라 당초 예정했던 모든 공식 해외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 USA 2018’에도 불참했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직후인 2011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전 세계 바이오산업 트렌드를 제시하는 이 행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총출동하고 현장에서 바로 업무협력까지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바이오기업의 네트워킹의 산실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김 사장은 오는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의약품전시회’(CPhI)에도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럽 최대 의약품전시회인 CPhl은 단일 시장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유럽의 바이오산업을 가늠하는 척도로 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사건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대기업 바이오계열사는 연일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미국 원료의약품 전문업체 엠팩을 약 8,000억원에 전격 인수했고 LG화학은 창사 이래 첫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첫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미국 3상에 돌입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3대 바이오 전시회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바이오 USA·CPhl’를 꼽는데 올해 2개 행사를 바이오기업 CEO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바이오 사업은 글로벌 네트워킹이 생명과도 같은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회계부정 논란과는 별개로 이미 적지 않은 손실과 타격을 입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