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교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협업이 절실한데 양 부처 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여기에 국방부는 이공계 대학원생의 병역특례 폐지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 부처 간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통일된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영재를 대폭 양성하자는 쪽인 반면 교육부는 ‘사교육 감축’ 명분을 들며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수상 경력을 대학 입시에 반영해주지 않는다. 최상위권 중고등학생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도 대학에 진학할 때는 KMO 수상 경력을 쓸 수가 없다. 교육부는 과학기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학 부담을 줄인다며 2021학년 대학 수능시험부터 기하·벡터도 빼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병역자원 부족을 이유로 오는 2020년 이후 이공계 대학원생의 병역특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풀뿌리 연구현장의 극심한 동요를 불러온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감축 또는 폐지’ 입장을 견지했다.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간 영재교육 정책 차이로 인해 KMO에 출전하는 학생 숫자도 줄고 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나갈 대표선수를 구성하려고 해도 국내 최고의 영재고인 서울과학고 위주다. 현재 28개의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가 있지만 실제 국제대회에는 거의 서울과학고 학생이 출전하고 있다. 서울과학고 등 8개의 과학영재학교는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권을 갖고 있는데 톱클래스 학생은 서울과학고로 몰린다. 심지어 서울의 한성과학고, 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와 한국과학영재학교 등도 우수 학교로 손꼽히지만 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송용진 대한수학회 부회장(인하대 교수)은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며 “세계적인 수준의 수학자와 과학자를 양성하려면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의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고교에서 3년간 수학을 하루 한 시간씩 공부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기하가 수능에 있어 한 학기는 수학을 하루 두 시간씩 배워야 한다”며 “수능에서 빠진다고 해도 서울 주요 일반계 고교 10곳 중 9곳은 지금도 기하 과목을 개설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기하·벡터가 이공계 중에도 기계공학 쪽에 꼭 필요한데 수능에 넣게 되면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임지훈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