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이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면역력에 의해 균 증식이 억제돼 ‘활동성 결핵’에 걸리지 않은 상태다. 이 단계에선 별다른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도 않지만 면역력이 약해져 균이 증식하면 10%가량은 결핵에 걸릴 수 있다.
16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따르면 박윤수(감염내과)·강중구(외과)·서정훈(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지난 2015년 7월~2016년 12월 직원 1,720명 중 활동성 결핵 환자 63명(3.7%) 등 65명을 뺀 1,655명을 조사했더니 6명 중 1명꼴인 16.4%(271명)가 잠복결핵 상태였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결핵균 집단감염 사고예방을 위해 의료기관·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종사자 검진사업의 잠복결핵 감염자 비율(병원 17.5%, 어린이집 19.3%, 사회복지시설 28.5%)보다 낮다. 모두 피부반응검사(TST)보다 정확도가 높은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법’(IGRA)을 진단에 사용한 결과다.
일산병원 종사자의 직종별 잠복결핵 감염자 비율은 의사가 24%(158명 중 38명)로 가장 높았고 시설관리·보조원 22%(331명 중 73명), 기술자·기사 20%(210명 중 41명), 행정직 15%(155명 중 24명), 간호사 12%(777명 중 94명), 약사 4%(24명 중 1명) 순이었다. 잠복결핵 감염 위험은 당뇨병이 있을수록(2.8배), 나이가 많을수록(2.2배), 남성일수록(1.5배),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할수록(1.5배) 높았다.
잠복결핵에 감염된 의사의 비율이 특히 높은 것은 호흡기질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 때문이다. 결핵균은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침방울 등을 통해 전파되는데 접촉자의 30%가량에서 감염이 일어난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의 결핵예방백신(BCG) 접종률이 65%에 그치는 등 의료기관의 결핵 감염관리 조치는 여전히 미흡했다. 따라서 예방접종과 함께 당뇨병을 앓는 중장년 남성 의사·의료기사 등은 잠복결핵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잠복결핵 감염자로 확인되면 본인의 동의를 받아 일단 3개월 정도 두 가지 항결핵약을 복용하는 치료를 한다. 꾸준히 복용하면 결핵 발병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피부반응검사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0%가량이 잠복결핵 감염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결핵예방법령은 의료기관·산후조리원 등의 종사자와 교직원이 매년 결핵 검진을, 근무 기간 1회에 한해 잠복결핵 감염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