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는 창작 뮤지컬의 한계로 지적받던 스토리·유머·음악의 취약함을 이겨낸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까닭에 스토리는 탄탄하고, 첫사랑과 학창시절이라는 전 세대가 공감할 만한 코드로 아련함과 웃음을 선사하며, ‘그대인가요’ ‘혹시 들은 적 있니’ 등 19곡의 뮤지컬 넘버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2001년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를 그대로 따랐다. 1983년 비 내리는 어느 날 태희(김지현·임강희)가 인우(강필석·이지훈)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인우와 태희는 연인이 되지만, 얼마 못가 태희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1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인우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자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인우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남학생 현빈(이휘종·최우혁)이 나타난다. 인우는 자꾸만 현빈에게 시선이 가고 당혹스러운 감정에 괴로워한다.
첫사랑에서 동성애 코드로 넘어가는 부분은 거부감이 들 수 있음에도 인우의 친구인 대근(최호중)과 기석(진상헌)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이들이 선사하는 코믹한 대사와 설정은 19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세대들에게 유쾌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하며 추억을 소환한다. 이를테면 강의에 나오지 않는 인우를 위해 대리 출석을 해주다가 벌어지는 해프닝 등이 그렇다. 교수가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인우 이름을 부르자 대근과 기석이 동시에 대답을 하는가 하면, 인우가 왜 강의에 나오지 않냐고 묻자 대근과 기석은 동시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 “친척이 돌아가셔서요” 등을 이유를 대답하자 강의실에는 폭소가 터진다. 강의실뿐만 아니라 객석에서도 더 큰 폭소가 터진 건 대근의 이 대사 때문이다. “집안에 역병이 돌아서요.”
영화 속 명대사 역시 그대로 살려 아련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자극한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임에도 지고지순한 사랑이 전하는 울림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너만 찾아다닐 거야. 악착같이 너 찾아서 다시 너랑 사랑할 거야.”
2013년 초연한 이후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에 오르는 등 재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요청이 많았던 만큼 5년 만에 다시 선보인 이번 ‘번지점프를 하다’는 새로운 단장을 시도했다. 감성은 유지하되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대본을 소폭 수정했으며, 8인조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또 다양한 무대, 조명, 소품 등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감성을 연출해냈다. 8월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6만6,000∼8만8,000원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