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EU 등진 트럼프, 푸틴엔 "특별한 관계 맺을 것"

[트럼프-푸틴 첫 단독 정상회담]

무역·군사부터 中 관련 이슈까지

예정시간 훌쩍 넘겨 2시간 밀담

최악 치닫는 양국 관계 개선 신호

도널드 트럼프(왼쪽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일대일 회담을 마치고 측근들과 함께 업무 오찬을 가지고 있다. /헬싱키=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일대일 회담을 마치고 측근들과 함께 업무 오찬을 가지고 있다. /헬싱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이 결국은 특별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냉전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발언은 관계 개선을 위한 첫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정면 충돌하고 있는데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중국과도 갈등하는 상황이어서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국 정상은 무역부터 군사 문제, 중국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날 두 정상은 일대일 회담으로 시작해 측근들이 참석하는 업무 오찬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다자 국제회의에서 만나 회담을 한 적은 있으나 별도의 공식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당초 90분 예정이었던 회담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단독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러시아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좋은 미·러 관계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논의해야 할 많은 의제들을 갖고 있다”면서 “통상·군사 문제, 중국 관련 문제 등 아주 흥미로운 주제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핵전력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라며 “미·러 양국은 모든 핵전력(전 세계 핵전력)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푸틴 대통령도 “그동안 전화통화를 하고 국제회의에서 만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을 계속해왔다”며 “이제는 양국 관계와 국제사회 과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두 정상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영국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감축, 시리아와 중동 정세,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을 미·러 정상회담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외신들은 북한 비핵화와 이란 핵 프로그램 등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 언론들은 의제 하나하나가 수년째 돌파구 없이 사실상 방치된 난제인 까닭에 어떤 사안에서도 가시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는 불투명하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자국 내 정치 입지, 국제무대에서의 정통성 강화에 이용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번 두 정상의 회담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 등과 갈등을 빚고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헬싱키로 이동하기에 앞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최대 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는 많은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EU는 그들이 통상에서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보면 적”이라고 가장 먼저 EU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를 ‘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그들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쟁 관계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전통적인 유럽 우방국마저 적으로 몰아세운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의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맹으로 여겨져 온 국가들을 적대자(enemy)나 반대자(opponent)와 동의어로 묘사하며 유럽에 대한 뚜렷한 태도 변화를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는 또 유럽 각국이 이란에서 활동 중인 자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달라는 요청도 거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EU와 영국·프랑스·독일이 이란과 핵 협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들의 제재를 면제해달라고 한 요청과 관련해 “미국은 이란에 최대한의 금융 압박을 가하기를 원한다”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손철특파원·박민주기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