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저임금 범정부대책 18일 발표]乙-乙 갈등 무마위해 甲에 청구서 떠넘겨..."시장만 더 왜곡"

자영업자 카드수수료·상가 임대료 부담 완화가 핵심

근로장려금·기초연금 확대 등 '혈세 카드'도 총동원

"가격개입 땜질처방 반복...구조적 문제 먼저 풀어야"

홍종학(오른쪽 세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홍종학(오른쪽 세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 보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 2년간 누적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하면서 “차라리 범법자가 되겠다”고 반발하는 소상공인을 달랜다며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결국 시장 개입인 셈이다. 우리 경제 체력이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줄 만한지는 따져보지 않은 채 일단 올려놓고 드러난 부작용만 때리는 ‘대증요법’이 반복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만 더 왜곡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8일 범정부 대책을 내놓는다”며 “공정위도 그중 한 부분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크게 두 가지다. 올해 16.4%, 내년 10.9%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대책과 올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 감소에 따른 저소득층 대책이다. 새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자 재차 보완책을 내놓는 것이다.


최저임금 대책의 뼈대는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부담 완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었으니 다른 비용을 줄여 상쇄시킨다는 것인데 오는 31일부터 2.5%에서 2.3%로 낮아지는 카드 수수료를 재차 인하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거나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재 5%에서 다시 낮추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공정위는 올 하반기 가맹점주 단체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고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조사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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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고자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 1명당 13만원의 인건비를 보전해주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에도 유지되지만 지급액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저소득층 대책의 핵심인 근로장려금(EITC)이 내년에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EITC는 일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제도로 연 소득 2,500만원 미만의 맞벌이 가구에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EITC 지급 기준을 완화하고 지급액을 2017년 1조1,400억원가량에서 내년에는 최대 두 배까지 늘릴 방침이다. 저소득 대책에는 9월부터 25만원으로 인상되는 기초연금을 소득 1분위에 한해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재차 올리는 방안과 노인 일자리 사업 활동수당을 월 27만원에서 54만원으로 두 배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책 없이 잔뜩 올려놓은 뒤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정부와 여당 수뇌부는 현재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대기업이나 카드사 등의 횡포에서 비롯됐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최저임금 인상분 납품단가 반영을 요청하면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한 대목이나 “소상공인이 어려운 근본 원인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한 계약, 높은 상가 임대료”라고 말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의 책임을 기득권에 모두 떠넘기는 셈이다. 잘못된 진단은 시장의 팔을 비트는 가격 개입으로 귀결됐고 그 결과가 수수료나 임대료 인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수수료만 아홉 차례 인하해 더 내릴 수수료도 없다”며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업계 쥐어짜기로 덮으려는 셈”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대증요법 위주의 시장 개입으로 풀어가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드러나는 자영업자의 고통만 볼 게 아니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일자리는 줄고 영세 자영업자만 속출하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경제구조 전체의 문제인데 정부는 사안(인상률)만 보고 있다”며 “1만원 달성이 아니라 기업 성장과 생산성 향상,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 처방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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