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16일 발표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며 일각에서 제기돼온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중국 내 기업과 인프라 투자 상황이 여의치 않고 수출둔화 조짐이 뚜렷해 하반기에는 성장률 속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은 이날 중국 경제가 12분기 연속 6.7∼6.9%의 중속성장 구간을 유지했다며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마오성융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상반기 누적 국내총생산(GDP)이 41조8,961억위안으로 일각의 우려와 달리 6.8%의 성장 속도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연초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 6.5%를 지키기에 충분한 반기 성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불안한 중국 내 투자지표와 수출둔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인프라와 제조업 분야의 투자실적이 둔화하고 중국 경제의 기둥인 수출도 흔들릴 기미를 보이면서 하반기 성장속도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껏 경제를 떠받쳐온 부동산개발투자는 상반기 중 전년동기 비 9.7% 증가에 그쳐 1∼5월분보다 0.5%포인트 낮아졌으며 미래 성장동력인 고정자산투자는 상반기 6%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1·4분기 수치(7.5%)에서 크게 떨어졌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는 7.3% 늘어 1~5월 증가율 9.4%에서 크게 둔화됐다. 6월 산업생산 역시 전년동기 대비 예상치(6.5%)를 밑도는 6% 증가에 머물렀다.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역시 미중 무역갈등의 후폭풍이다. 상반기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통상압박의 고삐를 더 조일 경우 하반기에는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무역갈등의 와중에도 중국의 전제 무역흑자에서 대미 흑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95.8%로 전년동기(63.5%)보다 커졌다. 하반기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대미 수출이 둔화하면 중국의 무역수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금융당국도 하반기 현재와 같은 중속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대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질병인 부채 축소를 위해 재촉해온 금융시장 구조개혁 속도를 다소 늦추고 대신 경제성장 속도 둔화에 대비해 시중에 돈을 푸는 지준율 추가 인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미 올해 세 차례나 시중 주요 상업은행의 지준율을 인하하며 통화량 확대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증시의 하강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규모 9,41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자국 주식과 채권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이 같은 유동성 확대 움직임이 시장에 경고 신호로 작용할 경우 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의 부양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중국 경제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주하이빈 JP모건 중국 이코노미스트 수석은 “미국이 2,000억달러의 대중 추가 관세 조치를 시행하면 중국은 수출 분야에서 1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수출증가율은 9%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성장률 둔화 소식에 전거래일보다 17.14포인트(0.61%) 내린 2,814.04로 마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