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마지막 회에서 임바른(김명수 분)은 민사 제44부 한세상(성동일 분) 부장판사에게 화를 내는 성공충(차순배 분)에게 판사들의 서명이 담긴 종이를 들이 밀었다.
임바른은 “배석판사의 가혹행위에 대해 정당한 문제 제기를 했을 뿐이다. 이걸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저희도 맞서겠다. 저부터 징계하라”고 말했다. 정보왕(류덕환 분)도 “저도 징계하라. 집단행동 선동하고 있다”며 힘을 보탰다.
‘법원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서명에 나서고 있지만 모두가 이들과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나부터 징계하라’는 문구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임바른, 정보왕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정보왕은 명단을 내놓으라고 회유하는 배곤대(이원종 분)에게 부장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 저는 지금이다.
드디어 재판일이 왔고, 한세상과 박차오름, 임바른이 재판장에 들어섰다. 한세상은 9명의 배심원과 1명의 예비 배심원을 선정했다. 검사와 변호사에 의해 뽑힌 각각의 배심원들은 남편과 아내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음이 예상됐다.
증인은 피고인이 어린이 책 판매원과 불륜 관계였던 것을 증언했다.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온 피해자가 만취 상태에서 피고인에게 살해당한 것. 검찰은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했고 변호인 측도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박차오름은 “증인에게 몇 가지만 여쭤보겠다”며 피고인으 몸무게가 45kg고 남편이 97.5kg였던 것, 피고인이 피해자의 군화 발에 맞아 늑골이 부러진 것 등을 짚어냈다.
검사는 “주심판사가 변호사처럼 개입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한세상은 “지금 주심판사는 누군가 했어야 할 질문을 하고 있다. 변호사측이든 검사측이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차오름은 평상시에도 부부싸움이 잦았던 이유로 피해자의 불륜이 있었다는 증언을 이끌어냈다. 증인은 조사 때 이런 증언이 없었다는 검사 측의 말에 “한 번도 안 물어보셨지 않냐”고 받아쳤다.
검사는 끝까지 “정당방위 주장은 부당하다”며 “생명을 빼앗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만취 상태에서 흥분해 폭력 행위가 있었다한들 남편을 찔러 죽이는 것은 사회 통념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다만 일부를 참작해 징역 20년을 구형한다고 말했고, 피고인은 최후 변론에서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울었다.
한편 온라인 게시판에 성공충 부장판사의 배석판사로 일했던 홍은지 판사의 폭로 글이 올라왔다. “박차오름 판사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저에 대한 모욕과 가혹행위에 대해 저 대신 문제제기한 것”이라며 “자신을 동등한 법관은커녕 인간으로도 대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다른 사람의 2배에 가까운 업무량과 폭언에 고통 받다가 아이를 유산했다는 것.
이어 성공충에 대한 고발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수석부장(안내상 분)은 성공충을 찾아 박차오름에 대한 징계요구 철회했다. 오히려 “성부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될 것”이라며 “홍은지 판사를 비롯해 함께 일했던 배석판사들에 대한 폭언과 모욕, 성차별 언행 때문이다. 성부장과 함께 일한 배석판사 거의 모두가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예비 배심원은 임바른이 지하철에서 봤던 군복 입은 남자였다. 길어진 평의 끝에 판사들이 받은 결과는 만장일치로 무죄였다. 예비 배심원이었던 남자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사람이 매일 죽도로 두들겨 맞으면서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냐”고 말하며 피고인의 억울함과 고통을 대변한 것. 다른 배심원들도 자신이 약자였던 과거를 떠올리며 피고인에게 감정이입했다.
결과를 접한 한세상은 “대법원에서는 정당방위를 매우 좁게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무죄를 선고해도 상급심에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임바른은 “과거야 어쨌든 판례는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박차오름도 “그러려면 새로운 의견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세상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한세상은 사직서 제출한 상태였다. 앞서 수석부장을 찾아 “일이 터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 게 조직의 논리다. 그렇다면 제가 지겠다”고 말하고 온 것. 한세상은 눈물을 흘리며 말리는 두 사람에게 “변호사 돼서 나타나면 전관예우 좀 해 달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악수를 청했고, 두 사람은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임바른은 “누군가를 정말 이해하려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돼야 한다. 주권자인 우리 시민들이 그 일을 해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도연(이엘리야 분)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어디에나 있는 우리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