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식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둥치 검은 백년 복사나무라도 지금 핀 꽃은 젊다. 구순 노인의 가슴에도 세 살 동심 한 송이쯤 남아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모두 꽃이다. 더 무너질 것이 있으면 아직 꽃이다. 가슴에 두근거림이 있으면 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있으면 꽃이다. 자신을 남김없이 쓸 배짱이 있으면 꽃이다. 스스로 황홀하고 보는 이 눈부시면 꽃이다. 영원을 위해 찰나를 허비하지 않으면 꽃이다. 시시비비의 말 대신 미소를 보이는 당신, 꽃이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