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절벽 오나] 기본소득까지 검토...또 돈 쓸곳 찾는 정부

기재부 '포용성장 방안' 연구용역

선진국 기존 복지 삭제 전제 불구

韓은 신설제도 추가 방식 문제

핀란드·캐나다 등 일부 나라가 시도하고 있는 대안적 복지제도인 ‘부(負)의 소득세’,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두고 우리 정부도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각종 복지제도를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복지정책 개편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기존 복지제도의 구조조정 없이 ‘더하기’식으로 섣불리 도입할 경우 재정 부담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포용성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발전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현행 복지제도 개선 방안은 물론 향후 복지지출 수준 및 정책 기본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기재부는 특히 북유럽 국가와 영국·미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서 최근 기존 복지제도의 대안으로 떠오른 부의 소득세제, 기본소득제 관련 정책과제를 도출하라고 요청했다.


‘네거티브 소득세’로도 불리는 부의 소득세는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소득세율 및 보조금지급비율·면세기준을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해 면세기준에 미달하면 보조금을 받고 넘으면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현행 근로장려세제(EITC)도 그 일종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보조금을 준다는 점에서 더 포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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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빈곤선 이상의 생활이 가능한 돈을 주는 기본소득은 지난해 핀란드가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실험에 착수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에 기본소득제 도입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논의 동향을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정책과제를 도출해보자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연구가 완료되면 내년 이후 ‘정책실험’의 형태로 시범도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기재부는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예로 들고 “실험 결과에 입각해 신규 정책을 추진하는 ‘폴리시랩(policy-lab)’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며 오는 2019년에 시범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문제는 부의 소득세나 기본소득제도가 기존 복지제도에 덧붙이는 식으로 도입될 경우다. 핀란드·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기존 복지제도를 모두 없애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안’이 아닌 ‘보완’의 형태로 섣불리 도입되면 이미 무섭게 불어나고 있는 복지재정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학 교수는 “근본적인 복지제도 개편에 대한 합의 없이 현금 나눠주기 식으로 접근하면 포퓰리즘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임진혁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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