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뿌리째 흔들리는 '학생부종합전형 신뢰도'

학교 시험문제 유출 잇따르는데

당국은 대책없이 매뉴얼 배포만

수상경력·자기소개서도 도마위

학생·학부모들 "더이상 못 믿어"

1815A26 학생부종합전형



잇따른 학교 시험문제 유출 사건으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근간인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수상경력’ ‘자기소개서’ ‘자율동아리’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기재항목이 편파 작성, 허위 기재 및 대필 등 갖은 부작용을 양산하며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는 가운데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내신등급마저 믿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부산·광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교에서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일어난 학교의 유형과 범행주체·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자사고·특목고·사립고 등에서 사건이 일어났고 범행에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교직원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법으로는 복사·촬영 등이 주로 이용됐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드러난 사건만 이 정도라는 데 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실제 사건·사고는 더 많을 것”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도저히 덮고 지나치기 힘든 상황이 됐을 때 해당 건이 교육청으로 넘어온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렇다 할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사전에 시험관리 규정과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배포한 뒤 사후에 감사하고 조치하는 것 외에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의 ‘출제·결재·인쇄·보관’의 전 과정에서 시험문제 유출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및 경비인력 충원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사립, 국·공립 등을 따지지 말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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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등급뿐 아니라 학생부에 적어넣는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자기소개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학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서울대 진학인원 수로 평가받는 학교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갈 만한 학생’에게 수상경력 등을 몰아주려 하지 않겠냐”며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결국은 학교와 입장이 같을 수밖에 없는 교사가 기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율동아리와 자기소개서 등은 부모의 영향력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한 고2 학부모는 “학생부가 믿을 만한지, 못 믿겠는지는 경제력 있는 부모를 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학생부를 몇 개만 뽑아서 비교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4월 이들 학생부 기재사항 대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민정책참여단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해당 항목은 일부 변경된 채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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