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엑스레이를 봐도 의사마다 다르게 진단을 내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그날그날의 컨디션, 학풍, 환부에 대한 첫인상 등 의사 개개인의 주관을 지배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료 분야에 도입하면 ‘진단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지난 5월 AI 의료기기 개발업체 뷰노가 개발한 엑스레이 영상분석장비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자 업계는 술렁였다. 국내 최초로 AI 기반 의료기기가 상용화될 가능성을 목전에 뒀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엑스레이 영상으로 촬영한 환자의 손뼈를 AI를 통해 자동으로 분석해 ‘뼈 나이’를 측정하는 기기다.
1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예하(사진) 뷰노 CEO는 “저희 기기를 통해 의사가 좀 더 편하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사회적으로도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진단 일관성’과 ‘진단 효율성’은 뷰노의 창업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뷰노가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개발한 건 ‘진단 일관성’과 ‘진단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이 CEO는 “현재는 의사들이 골연령을 판단할 때 연령별 표준 엑스레이가 쭉 나와 있는 ‘레퍼런스 북’을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과 같은 그림 찾기 하듯 비교해야 한다”며 “그러나 아무리 전문의라도 남자 뼈를 여자 뼈로 착각하는 등 다양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며, 레퍼런스 북을 뒤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AI는 빠른 속도로 일관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만큼 의료분야에 더더욱 적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이 CEO의 생각이다. 의사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 CEO는 “의료분야에선 사실 황금률이라는게 딱히 존재하진 않는다”며 “배워온 환경에 따라 의사마다 환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맥락에서 이 CEO는 AI로 의사를 대체하는 것보다 ‘의사를 돕는 AI’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AI가 의사들이 하는 특정 과제를 대체할 순 있겠지만, 의사의 진단 자체를 대신할 순 없다”며 “이것은 마치 AI가 우리나라의 수가체계나 국내의료제도까지 계산하고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혈압맥박 전자의무기록을 보고 심정지를 미리 예측하는 실시간 감시시스템, 폐 결절 분석 인공지능 등 뷰노가 앞으로 상용화하고자 하는 AI 의료기기도 모두 ‘의사를 돕는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혈압맥박 감시시스템에 대해 이 CEO는 “중환자실이 아닌 이상 의사들이 매번 병동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순 없다”며 “혈압맥박을 통해 미리 심정지를 파악하면, 심정지팀이 미리 환자에게 가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뷰노는 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천 세종병원과 공동으로 논문을 내기도 했다. 이 논문은 미국심장협회지(JAHA)에 게재됐다.
아울러 그는 “‘뷰노메드 본에이지’의 핵심은 ‘딥 러닝’”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병원에 있는 수많은 손뼈 사진을 보며 각 연령대에서 손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학습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특정인의 손뼈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골연령을 판단한다. 의사는 뷰노메드 본에이지의 진단을 참고해 ‘이 사람의 손뼈 나이는 몇 살’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손뼈 나이는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다. 각 나이대마다 손뼈의 모양은 다르다. 가령 5살짜리 남자아이의 손을 엑스레이로 찍은 결과 7살짜리 손뼈 모양이 나온다면, 그 아이는 앞으로 성장이 더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CEO는 “특정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2차 성징은 어떻게 될지 판단하려면 첫 번째로 골연령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