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원 규모를 줄이거나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해온 행사를 없애고 인력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근무시간을 기존의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전인호(가명)씨는 평일 근무 아르바이트생과 주말 근무 아르바이트생을 각각 1명씩 줄였다. 대신 영업시간을 하루 한 시간, 영업일은 주 1회 줄였다. 불가피하게 영업일을 줄이지만 인건비 부담을 덜면서 월 손익이 비슷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전씨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만큼 영업일이나 영업시간, 직원을 더 줄일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면서도 “자영업자들도 한 달 생활비가 일정 규모 이상 필요한 만큼 최저시급 인상으로 발생하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뒤처지는 영세사업장의 경우 2년 연속 가파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백덕진(가명)씨는 “3년 전만 해도 홀에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주방에서는 4명이 일했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홀에서 한 명을 내보내고 주방 직원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들어 고용부의 근로감독이 상당히 강화되면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호소했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은 새벽 인력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최대 규모의 인력시장인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일대는 요즘 새벽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십수년째 이곳에서 일감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일하던 사업장이 인력을 줄이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중장년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우혁수(가명)씨는 “요즘은 배달이나 경비, 식당 서빙 등 단순노무일을 하다가 잘린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반면에 사람을 쓰겠다는 곳은 확 줄어들어 허탕을 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시직·일용직 일자리는 올해 1·4분기에만 18만1,000개나 감소했다. 지난해 1년 동안 감소한 일자리(10만1,000개)보다 이미 8만개나 더 줄어든 셈이다. /박해욱·김연하·심우일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