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케냐 중산층 꿈틀...의료·가전 '한류 바람'

<동아프리카 관문 '나이로비' 가보니>

매년 10% 늘어...소비 급증

스카이라인 해마다 달라져

"한국 제조업과 손잡고 싶어"

1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시내 전경. 거리 곳곳에 고층빌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증가하는 교통량에 비해 도로사정은 열악해 현지 인프라 건설 시장의 잠재수요가 크다. 지방정부가 잇따라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1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시내 전경. 거리 곳곳에 고층빌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증가하는 교통량에 비해 도로사정은 열악해 현지 인프라 건설 시장의 잠재수요가 크다. 지방정부가 잇따라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19일(현지시간) 오후 케냐 나이로비 치로모로드에 위치한 캠핀스키호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그간 케냐를 찾았던 많은 외국 정상들이 이곳을 숙소로 정했을 정도로 나이로비를 대표하는 호텔이다. 하지만 해외 정상이 찾는 숙소라는 명성과 달리 호텔은 마치 대형공사판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음으로 가득했다. 호텔 주변에서 고층건물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탓이었다. 끊임없이 새로 들어서는 고층빌딩으로 나이로비의 스카이라인이 매년 달라지고 있다.

케냐는 지난해 기준 인구 4,761만명의 동아프리카 지역 맹주로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4~5%대의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지난해에는 경기 흐름이 저조했지만 케냐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10%대의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구매력 기준 현지 1인당 국민소득도 3,250달러선을 넘어 중위권 소득 국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케냐 중산층이 매년 10% 이상 증가해 이들을 중심으로 수입 소비시장이 움트고 있다. 도시의 성장에 따른 교통량 증대는 도로 등 인프라 건설 수요도 촉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의료 서비스, 가전제품, 정보통신, 건설 인프라 시장에서의 한류 가능성을 기대하며 현지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한국 제조업체 등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이다. 케냐 찬드리아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다산 찬드리아도 “한국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을 원한다”며 “케냐 정부는 기업 프렌들리 기조로 바뀌고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삼성 휴대폰·LG 가전 인기몰이 “한국제품 다양해 좋아요”

케냐, 韓 경제발전 롤 모델 삼아

제조업 육성·일자리 확충 강화

정보기술·보안 등 지원도 나서

韓 IT도 현지화로 시장 뚫어야





의료·보건 분야는 케냐 정부의 빅4 어젠다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에는 명실공히 중소득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케냐 온라인 의료업체인 e바이샤라닷컴의 바주 샤흐 디렉터는 “한국 업체들과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품 교역뿐 아니라 정보기술(IT) 보안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가진 어려운 사정은 케냐에도 있다. 무엇보다 부패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경제개발과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욕구는 크지만 만연한 부패가 정부 정책의 발전을 막는 형국이다. 케냐 정부는 지난 2011년 ‘국가윤리부패방지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아직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게 현지의 반응이다. 건설업의 균형 성장도 과제다. 현재 건설붐이 일기는 하지만 주로 나이로비 등 고급 주택시설이나 상업용 대형건물에 치우쳐 있다. 서민들의 주택난은 여전해 장기적으로 해당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농업에 치우친 경제구조가 변화할지 여부도 관심 포인트다. 농업은 케냐 대외수출의 절반,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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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원 삼성물산 나이로비지사장은 “기회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다”며 “큰 그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수출입은행의 경제협력개발기금(EDCF)을 통해 케냐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고 있다.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들에 대한 케냐 시장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 교포인 서지혜씨는 “한국 가전제품 중 에어컨·세탁기는 (케냐인들이) 거의 LG 제품을 쓴다”며 “휴대폰의 경우 삼성전자 제품이 저가에서 고가품까지 다양해 케냐인들에게 인기”라고 전했다.

현재 케냐 정부는 향후 경제 발전의 중심에 제조업 육성을 두고 있다. 제조업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기 위해서다. 제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고 내수가 추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는 30세 이하 청년층이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대륙이다. 새로운 생산기지인 동시에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창업시장 역시 최근 케냐 정부가 관심을 집중하는 부분이다. 특히 청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애초 목표는 청년실업률 해소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해외 IT 대기업이 아프리카로 진출했을 때 이들과의 협력을 위해 케냐를 찾도록 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한국 IT 기업 역시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현지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 스타트업 기업인들은 KOTRA 등과 손잡고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시작장애인용 스마트워치 판매를 위해 나이로비를 찾은 스타트업닷의 최아름 팀장은 “케냐는 아프리카의 테스트마켓”이라며 “케냐를 시작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경제발전의 ‘롤모델’로 꼽는 한국에서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다. 신혜영 KOICA 케냐사무소장은 “KOICA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케냐 공무원들이 한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돌아와 배운 부분을 현지에 적용하고 있다”며 “농업뿐 아니라 건설·경제 전반 등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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